미국 국방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내 주둔 미군을 각각 2,500명으로 감축했다. 임기가 5일 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랜 목표였던 해외주둔 미군 감축을 마지막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크리스토퍼 밀러 미 국방장관 대행은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감축 사실을 발표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적은 주둔 미군 규모다.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은 이라크 보안군의 능력 증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밀러 대행은 강조했다. 대테러 및 아프간 보안군 훈련 임무는 계속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오늘날 미국은 거의 20년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정치적 해결과 영구적이고 포괄적 휴전을 성사시키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이 19년 만에 가장 적고 이라크와 시리아도 마찬가지"라며 "끝없는 전쟁 중단에 언제나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 국방부는 아프간 주둔 병력은 4,500명에서 2,500명으로, 이라크 주둔 병력은 3,0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성급한 감축이라는 미국 내 우려도 트럼프의 '해외 미군 귀환' 공약 이행을 막지 못한 것.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해외파병 관련 정책적 입지가 좁아졌다.
미 국방예산을 다루는 국방수권법(NDAA)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이번 밀러 대행의 성명에는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아프간 주준군을 4,0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한다. 감축을 위해선 국방장관이 감축의 리스크와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부처간 평가 결과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관련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미군 감축에 대해 "좋은 진전이자 현실적인 조치"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단계적 감축을 통한 14개월 내 완전 철군을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과 합의했다. 이 합의를 시작으로 탈레반은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 측과 전쟁 종식과 새 정치 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