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취임식 때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같은 불상사가 다시 일어날까 봐 워싱턴이 바싹 긴장한 기색이다. 임시지만 사령탑을 세우고 주(州)방위군을 대거 투입하는 등 경비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취임식까지 국토안보보좌관을 임시로 맡아 달라고 리사 모나코 법무차관 내정자에게 요청했다. 모나코 내정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국토안보ㆍ대테러보좌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당선인 측 대변인은 “현존하는 위협을 고려해 모나코 내정자의 당면 역할은 취임식까지 기간에 집중될 것”이라며 “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법무차관과 관련한 활동이 잠시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요청은 변통 차원이다. 국내 안보를 총괄하는 내각 자리가 취임식까지 공석이 될 공산이 커지자 임시방편을 쓴 것이다. 해당 각료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장관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를 신속히 끝내 달라고 정권 인수위원회가 상원에 요구했지만 상원 외교위원회는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에나 열릴 예정이다.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의 경비 수준은 대폭 격상됐다. 일단 전국 각지에서 주방위군 2만명이 동원됐다. 이는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 규모의 4배나 된다. 두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은 감축 계획을 감안하면 각 2만5,000명 정도다.
워싱턴 중심가 도로는 이미 곳곳이 통제됐다. 15일부터는 13개 지하철역이 폐쇄된다. 숙박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취임식 주간에 워싱턴의 모든 숙박 예약을 전면 취소하고 신규 예약도 받지 않기로 했다.
취임식 당일에는 워싱턴 한복판의 명소 내셔널몰이 전면 폐쇄된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전했다. 내셔널몰은 백악관 인근 링컨기념관, 워싱턴기념탑, 연방의회 의사당 등을 잇는 넓은 지역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인파로 가득 찬다. 혹시 모를 난동이나 테러 탓에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라는 게 WP 설명이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델타항공 등 미 항공사들은 16~23일 워싱턴행 비행기 위탁 수하물로 총기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메리칸항공은 기내 주류 제공 서비스도 일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취임식 당일 워싱턴에서 ‘100만 무장시위’를 벌이자는 극단주의자들의 선동이 이어지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