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에 발목을 잡혀 ‘아메리칸 드림’을 접어야 했던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공정한 이민정책'을 희망의 불씨로 삼은 것이다.
중남미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해지고, 지난해 11월 불어닥친 허리케인 요타와 에타의 피해에도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지난 14일 새벽 온두라스의 산 페르도술라에서 200여명의 이민자들은 과테말라 국경을 향해 고속도로를 걷고 또 걸었다. 갓난아기들은 부모의 품에 안기거나 유모차에 탔지만, 어린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걸어야 했다. 바이든 시대가 도래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자국을 벗어난다 해도 더 힘든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가려면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경유해야 하는데, 해당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법 이민자의 이동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증과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등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이들은 국경을 통과할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온두라스 국경마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통행금지령에 따라 수백 명의 이민자들이 고가도로 아래에 격리되기도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막고 있던 트럼프의 국경 장벽이 사라진다 해도 당분간 코로나19라는 더 높은 벽이 이들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