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 이런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설국(雪國)’을 보러 강원 화천군 파로호 상고대를 찾았다. 밤새 기온은 더 떨어져 영하 24도를 가리켰지만,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파로호는 호수의 수면 위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났다. 잠시 후 서서히 동이 터오니 호수와 주변 산을 뒤덮은 물안개와 그 상고대의 장엄한 풍경을 대면할 수 있었다. 과연 ‘추울수록 더 아름답다’는 말이 진실이었다.
저 멀리 산 위로 태양이 떠오르자 호수 위 물안개는 사리지고 ‘얼음 꽃’ 상고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눈과 얼음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하얀 드레스를 나무 마다 입혀 놓은 듯 주변의 황홀함에 눈이 시렸다. 상고대는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꽃과는 다르다. 상고대는 공기 속 수증기와 호수의 물안개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으면서 나무나 수풀에 생기는 것이다. 남한 최북단 인공 호수인 파로호에 피는 상고대는 보통 영하 10도 이하에서 맺히며, 동이 틀 무렵 생겼다가 해가 떠오르면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존재다. 한순간 사라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 극한의 날씨를 견뎌냈지만, 파로호 상고대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돌아서는 마음은 봄 햇살처럼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