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박원순 성추행 인정 재판부 '명예훼손' 고발

입력
2021.01.15 15:15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경찰청에 고발장 접수

별도 사건 재판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사실상 인정한 재판부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조성필) 판사 전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고발장을 경찰청에 제출했다. 신 대표는 "수사조차 하지 않은 사건에서 박 전 시장을 성추행범으로 단정해 판결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사자명예훼손"이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14일 형사합의21부는 서울시장 비서실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정모(41)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다. 정씨는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직원으로, 피해자 A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A씨가 박 전 시장의 업무상 위력 추행 사건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피해자는 지난해 5월2일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한 뒤 같은달 15일부터 전 상사인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병원에서 받은 상담기록에는 A씨가 비서실에서 일한 지 1년 반쯤 뒤부터 박 전 시장이 속옷 차림의 사진을 보내거나 "사진을 보내달라"는 등의 성희롱 문자를 보내고, 성관계를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선고 직후 김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기회조차 봉쇄됐고, 또 사실을 왜곡·부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많은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를 언급해 주신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별도 사건 재판부가 사실상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 대표는 "사법부가 행정부 산하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권한까지 침해하고 월권했다"며 "모든 사건은 양쪽 주장과 증거를 근거로 수사하고 기소 후, 재판의 독립·중립·신뢰를 바탕으로 판결해야 함에도, 재판부는 이를 중대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적폐청산연대 측은 추가로 국가인권위원회 및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에도 진정을 넣을 계획이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