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엿새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1조9,000억달러(2,088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와 경기침체라는 ‘쌍둥이 위기’ 극복에 필수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민주당은 신속한 처리를 다짐했지만 공화당은 재정 지출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초당적 협조를 끌어낼 바이든 당선인의 정치력이 필요해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구조 계획’으로 명명한 경기부양 예산안을 공개했다. 대선 과정에서 밝혀왔던 최대 역점 과제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정상화를 위한 재정 지출 방안이 망라됐다. 지난 3월 통과된 2조달러 규모 경기부양안에 이어 최대 규모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대공황 시기 경기 부양에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가 투입됐는데 이번 부양안이 통과되면 총 20%의 GDP가 (코로나19) 부양안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기부양안의 핵심은 미국인 대부분에게 1인당 현금 1,40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5차 경기부양안 개인지급액은 600달러였다. 당시 민주당과 바이든 당선인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2,000달러 지급을 요구했지만 공화당 반대로 금액이 줄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 등에도 4,000억달러가 투입된다. 1,600억달러를 국가 백신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공공보건부문 일자리도 늘릴 계획이다. 진단 검사 확대, 감염 접촉자 추적을 위한 인력 고용 등의 내용도 들어갔다.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학교 등교 수업 정상화를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1,700억달러를 각 주와 지방정부, 학교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실업수당 주당 400달러 지급 △유급휴가 연장 및 확대 △13세 이하 양육 가정에 최대 8,000달러 지급 등의 방안도 담겼다. 현재 시간당 7.25달러 수준인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더 많은 사람이, 더 빨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면 할수록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일상과 사랑하는 것들을 원상으로 돌릴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이 더 빨리 될수록 우리 경제를 구하고 재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곧바로 공동성명을 내고 의회에서 조기에 부양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입장이 변수다. 경기부양안 실행을 위한 재정 대량 투입이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며 반대해온 공화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경기부양 예산안을 원활하게 통과시킬 만한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상원의원 6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상원은 양당이 50 대 50 동률이다. 물론 민주당이 ‘조정’ 안건으로 회부해 다수결로 통과시키는 방법은 남아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일단 바이든 당선인은 20일 취임 후 첫 협치 성사를 시도할 전망이다. 미 CNN은 “바이든 당선인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알려진 것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부터 두 사람은 상원의원으로 함께 일하며 많은 협력을 이뤄냈고 2011년 국가채무 디폴트 위기 타결 협상도 주도한 적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공화당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