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엔 강경, 백인엔 늑장... 美경찰, 시위 진압 온도차 극명

입력
2021.01.15 15:30
지난해 BLM 시위때에는 연방 자원 총동원
6일 의회 난입 시위에는 의회경찰대 분투
"무력 진압 비율, 좌파시위 땐 4.7% 우파엔 1.4%"


지난해 6월 반(反)인종차별 시위와 지난주 친(親)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입. 불과 6개월 사이 발생한 두 시위를 놓고 미국 경찰의 대응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향상 양 극단에서 발생한 두 사안에 대해 인종차별적 고정 관념이 작용한 정황이 명백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태로 불거진 지난해 6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워싱턴 시위와 극우 트럼프 지지자들의 지난 6일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 수위가 달랐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BLM 시위에는 경찰특공대(SWAT)와 연방 요원, 및 교도관까지 동원해 최루탄과 고무탄까지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의회 난입 때는 단지 의회 경찰대 수백 명만이 진압에 투입됐고 주방위군 소집도 늦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치안당국이 반(反)인종차별 시위대 쪽을 더 강하고 거칠게 다룬 것은 통계 수치로도 증명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지난 10개월간 미 치안 당국이 우파시위 때보다 BLM 시위에서 최루탄 등 진압무기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비영리기구 ‘미국위기감시’가 지난해 4월부터 미국 전역에 걸친 1만3,000여건의 시위에 대한 법 집행 당국의 대응을 조사한 결과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을 사용하거나 곤봉 등으로 구타한 경우 중 511건은 좌파 시위에서 발생했다. 우파 시위에선 이런 무력 진압이 33건에 그쳤다. 가디언이 자체 집계한 결과, 무력 진압이 이뤄진 비율은 좌파 시위의 경우 4.7%로, 우파 시위(1.4%) 때보다 3배가량 높았다.

미국 CNN방송은 “BLM 시위와는 달리 의사당 난입은 거짓말과 깊이 뿌리 박힌 인종 차별적 고정 관념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칼 러신 워싱턴시 법무장관은 WP에 “지난해 흑인 인권 시위에서 의회에 난입하는 사태가 있었다면 아마도 켄트주립대 학살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러신 장관이 언급한 켄트주립대 학살사건은 1970년 6월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을 반대하는 학생 시위대를 대상으로 주방위군이 발포해 4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사태다.

한편 레티티아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날 BLM 시위대 강경 진압 혐의로 뉴욕시 경찰국(NYPD)과 더못 시어 경찰국장, 빌 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을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제임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NYPD가 평화로운 시위에 대응하면서 불법적인 관행을 사용했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