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 속헹씨 사인은 간경화 합병증 아닌 '얼음 숙소' 탓"

입력
2021.01.15 07:30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김달성 목사 MBC라디오 인터뷰
"사람 살아서는 안 되는 건물서 목숨 잃어"

경기도에 한파 경보가 발령된 지난달 20일 경기 포천의 한 농가에서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누온 속헹(31)씨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부당한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속헹씨가 거주한 기숙사를 방문한 포천 이주노동자센터의 김달성 목사는 "속헹씨는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는 건물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시와 도는 이런 불법 가건물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 목사는 14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사망 전날인 토요일, 숙소가 있는 경기 포천 일동면의 최저 기온이 영하 17.4도였는데 숙소는 이미 금요일부터 난방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속헹씨의 사인이 간경화 합병증으로 나왔지만 근본적인 사인은 얼음 같았던 숙소 때문이라고 우리 대책위는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속헹씨의 숙소는 농어촌 이주 노동자 대부분이 그러하듯 무료로 제공받은 게 아니다"며 개탄했다. 그는 "속헹씨와 동료 노동자들은 매월 10여만원씩 낸 것으로 확인된다"며 "시나 도에서는 불법 가건물 정비는커녕 단속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재벌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농장주도 책임이 있지만 상위 10% 대기업이 전체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경제구조 속에 농업을 천대하고 소외시켜 온 게 이런 비극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한 고용허가제에 "독소적인 요소가 많다"며 "사업장이 부도가 나거나 임금이 체불된 경우 일터 이전의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속헹씨가 여기 있다가 얼어 죽겠다 생각했다고 해도 고용허가법에 따라 고용주의 서명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다"며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와 이주 노동자를 철저히 주종관계로 만드는 '노예법'"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 목사는 "제2, 제3의 속헹씨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와 도가 나서 불법 가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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