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후 입원한 김미숙씨에 '출입금지' 문자로 통보한 국회

입력
2021.01.15 08:00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29일 동안 단식 농성을 한 끝에 입원한 산업재해 유가족들에게 국회 사무처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 출입금지'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단식 농성에 힘입어 입법된 이 법은 기업경영자에게 산재 예방 의무를 부여하고 중대한 산재가 발생하면 경영자를 처벌하는 내용이다.

14일 국회와 정의당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단식 농성에 참여한 산재 유가족 김미숙씨와 이용관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3명에게 앞으로 일정 기간 국회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13일 일괄 발송했다. 산재로 사망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인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는 이달 8일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농성을 멈추고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단식 농성 기간 중 이들이 국회 본청 안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는 것이 국회가 출입 제한 조치를 내린 이유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누구도 국회 안에서 피켓 시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최대 1년간 국회 청사 출입이 제한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규정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으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정당 직원 등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회 청사 안에서 피켓 시위와 퍼포먼스, 심지어 몸싸움도 하지만 출입 금지를 당하지 않는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이나 보좌진은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갈음하는 것 같다”며 두루뭉술하게 해명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국회가 약자한테만 가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숙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단식 농성을 한 것인데, 출입 제한 문자를 받으니 허탈하다”고 했다.

국회 사무처는 산재 유가족이 단식 농성 중이던 지난 5일 이들의 국회 본청 화장실 사용을 막았다가 본보 보도로 문제가 되자 화장실 사용을 다시 허가하기도 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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