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이지원(26)씨는 요즘 집 안 책상 주변을 예쁘게 꾸미고 있다. 장스탠드 조명과 벽거울을 설치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책상 위에 올려두는 식이다. 지난해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이왕이면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침대보다 책상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데 책상을 기분 좋은 공간으로 바꾸면 일도 즐거울 것 같았다"며 "코로나19로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해소되는 효과는 덤"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길어지면서 책상 주변을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로 꾸미는 '데스크테리어'(데스크+인테리어)가 늘고 있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니 집 안의 서재나 책상 위 공간이 하루 중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장소로 부상하면서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성인남녀 6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7.5%가 자신을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밝혔다. 데스크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책상을 꾸미고 싶어서'(48.5%)였다. 책상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는 고시생 김우희(28)씨는 "예전이라면 방을 바꾼다는 게 능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지금은 내 소중한 공간을 가꾼다는 의미"라며 "공부의 효율성을 올리고 예쁜 인테리어에 만족감도 느낀다"고 했다.
관련 상품 매출도 늘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달 1일부터 5주간 패브릭 가리개, 칸막이, 포스터 등 사무공간 인테리어 제품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 9배 늘었다고 밝혔다. G마켓도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간 지난해 동기 대비 사무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인테리어 파티션(697%)과 독서대(73%), 데스크정리함(93%), 데스크매트(57%) 등 책상정리용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서재가 없는 1인 가구들은 업무와 일상이 분리가 안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반이나 책장 등을 구입해 공간을 구분하기도 한다. 일하는 공간을 구성해 업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위메프에서는 최근 칸막이(88%)와 선반의 물건을 가려주는 패브릭 가리개(704%) 매출이 지난해보다 급증했다. 책상이나 선반 구매도 이어져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4분기 이런 사무용 가구의 매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홈카페, 홈바 등 휴식을 위해 전반적으로 집을 꾸미려 했다면 최근에는 일하는 공간, 더 작게는 책상을 꾸미는 식으로 홈인테리어가 세분화되는 추세다. 가구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이 밥만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여러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다변화하면서 홈인테리어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화상회의나 온라인 수업으로 집 안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늘면서 데스크테리어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