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립시킬 美 동맹 복원 구상 구체화… 韓 '줄타기 외교' 시험대

입력
2021.01.15 04:30
1면
캠벨 조정관, 기고문서 '민주주의10개국' 거론
對中 압박 동참 요구, 바이든이 더 강할 수도

패권 경쟁국 중국을 고립시키는 게 목적인 미국의 ‘동맹 복원’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 핵심 참모가 기고를 통해 한국이 포함된 대(對)중국 경제ㆍ안보 연합체 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양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국익을 지켜 온 우리의 줄타기 외교가 곧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ㆍ태평양 담당 조정관으로 지명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2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에 보낸 ‘미국은 어떻게 아시아 질서를 강화할 수 있나’ 제하 공동 기고문에서 대중 국제 연합체를 어떤 식으로 꾸리는 게 바람직할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일단 정치와 경제 파트너십으로 제안된 형태는 “개별적 문제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또는 즉석 연합체”다. 영국이 추진하는 ‘민주주의 10개국’(D10)이 모델인데, 지난해 5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세대(5G) 통신망 분야에서의 대중 협력을 명분으로 ‘주요 7개국’(G7)에 한국, 인도, 호주가 가세한 D10이 결성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캠벨 전 차관보는 “중국에 맞서 무역, 기술, 공급체인, 표준 등 문제에 대응하려면 이런 연합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보 파트너십은 ‘쿼드’(Quadㆍ4각 협의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다른 연합은 쿼드의 확대를 통한 군사적 억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비공식적인 연합으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나왔다.

캠벨 전 차관보는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 강경책을 실현할 핵심 인물이다. 외신은 신설되는 NSC 인도ㆍ태평양조정관 자리에 ‘아시아 차르(황제라는 뜻의 러시아어)’라는 별명을 붙였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캠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아태 차관보를 맡아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 회귀) 정책 설계를 주도했다. 가급적 많은 동맹ㆍ파트너들과 결속해 중국을 포위해야 한다고 보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시각도 상통한다.

대중 압박 동참 요구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반(反)중 세력을 결집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 때도 누차 이뤄졌고, 워낙 높은 경제적 대중 의존도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필요한 중국의 역할 등 때문에 어느 한편에 서기가 쉽지 않은 한국도 요청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선진국 도약 기회라는 점을 감안해 결국 응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6월 말 우리 정부에 날아든 미국의 G7 확대 정상회의 초청장이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도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의도가 노골적이어서였다.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바이든 당선인의 키워드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권위주의 정부 독재자들과 가깝게 지내며 기회주의자 면모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태도가 견고하다. 지난해 11월 말 공개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개최 구상도 트럼프 대통령이 와해한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복원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반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그의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신(新)냉전이 벌어지며 동서 진영 간 타협의 여지가 줄고 우리로서도 미국의 요청을 떨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4일 “포용과 견제를 병행하려다 중국의 부상을 막지 못한 오바마 행정부 때의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캠벨이 이번에는 중국에 더 강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렇게 된 이상 다자 체제의 보호를 받으며 중국을 상대하는 전략이 적극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