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된 트럼프, 마지막 권력 '사면' 카드 꺼낼까?

입력
2021.01.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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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자신 및 가족 사면 가능성 제기
탄핵 관심 돌리려는 국면 전환 해석
SNS 막힌 탓에 백악관 계정으로 소통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두 번째 탄핵 위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별다른 출구 전략이 없는 트럼프에게 사면은 탄핵에 집중된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국면 전환용 선택지로 안성맞춤이라는 해석이다.

미 CNN방송은 이날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권력인 ‘사면권’을 휘두를 것”이라며 “이르면 14일 곧바로 대상자를 발표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효과가 큰 유명인 사면을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프 사면’도 여전히 유효한 대안 중 하나다. 탄핵을 떠나 납세ㆍ선거기금 문제 등 그간 불거진 여러 의혹에 더해 6일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와 관련해서도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측근과 사돈 등 26명을 사면했다. 이번엔 성인 자녀들과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사면 목록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의회 난동 사태의 여파로 자신과 자녀들을 사면하려는 건 매우 나쁜 생각이지만, 그는 남은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고 방송에 말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안 하원 통과 후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래리 커들러 국가경제위원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등 측근들이 자신을 충분히 방어해주지 않았다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그가 꽤 상처를 입었고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고립무원 상태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논의될 때 백악관 누구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고, 공화당 의원들이 설득에도 나서지 않았다. 조직화된 탄핵 저지 움직임이 없었다는 얘기다. WP는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첫 번째 탄핵을 당했을 때 트럼프를 변호했던 팻 시폴론 법률고문조차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트위터를 비롯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레딧, 스냅챗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퇴출당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원에서 한창 탄핵안이 논의되고 있던 때 영상 성명을 냈는데, 백악관 트위터 계정을 사용했다. 그는 “시위에서 어떤 폭력이나 위협행위, 공공기물 파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쿠슈너 고문, 댄 스카비노 소셜미디어국장이 촬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을 치워버리라고 할까 봐 걱정하며 영상 공개 방법을 찾기 위해 허둥거렸다고 CNN은 전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