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규명할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중국 우한에 도착했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세계 최초로 집단 발병한지 1년여 만이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뿐 발원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성과를 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집단 감염으로 애를 먹고 있는 중국에서는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해 방역의 구멍이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WHO 국제조사팀이 이날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해 중국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 연구에 나섰다”고 전했다. WHO 조사팀은 코로나19 발생지인 화난수산시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일정기간 격리하면서 일단 중국 전문가들과 화상회의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는 점이다. WHO는 지난해 2월과 7월 조사팀을 중국에 보냈지만 우한 현지에 가지 못하고 베이징에 발이 묶였다. 그 사이 중국은 현장조사를 벌여야 할 우한 수산시장을 여러 차례 소독해 증거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첫 소독 당시 얼마나 서둘렀던지 시장 안에 숨어 지내던 일가족 4명이 뒤늦게 발견돼 보건당국이 당황했던 전례도 있다. 중국은 이들 가족을 검사한 결과 모두 코로나19 음성이라고 뒤늦게 밝혔다.
중국이 현지조사의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렸고, 전염병은 과학이 아닌 격렬하게 공방을 벌이는 정치 이슈로 비화됐다. 이에 중국은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중국보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며 역공을 폈고, 급기야 수입 냉동식품을 비롯한 해외 유입으로 화살을 돌리며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등 30여명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원 플래닛 서밋' 연설에서 “코로나19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불균형해지면서 생긴 것”이라며 “천산갑의 비늘을 먹으면 강해진다는 사람들의 미친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을 몰아붙였다. 중국은 천산갑의 최대 소비국이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쩡이신(曾益新)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계속 중요시해왔고, 큰 책임감을 느끼면서 과학적인 정신에 근거해 연구하고 있다”고 WHO에 협조를 약속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코로나19 사태 이래 중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로 WHO와 바이러스 기원 규명과 관련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도시를 봉쇄하는 극약처방으로 틀어막은 허베이성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해 5월 17일 이후 242일만이다. 중국 전체 확진자는 138명으로 집계돼 이틀째 세 자릿수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