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애경 무죄, 10년 전 질본 실험 따라간 어처구니없는 판결"

입력
2021.01.14 08:55
최예용 전 가습기살균제 사참위 부위원장
"피해자 존재, 2016년 환경부 평가 수용 안 한 법원"
"잘못된 판결 항소심서 뒤집어 바로잡아야"

최예용 전 가습기살균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체에 해로운 화학 물질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과 관련해 "두 회사가 2011년 동물 실험 때 빠져나간 걸 인정한 진짜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지만 옥시레킷벤키저는 유죄가 나온 반면 SK케미칼과 애경은 무죄가 나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옥시와 두 회사가 사용한 원료 성분이 다르고, SK케미칼과 애경이 사용한 원료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1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가습기 메이트는 전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절반쯤 해당되며, 사용한 CMIT·MIT 화학물질은 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유독 물질로 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SK케미칼과 애경은) 2016년 옥시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있을 때도 빠져나갔다"며 "2011년 이 사건이 났을 때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동물실험을 통해 폐 섬유화를 확인했는데, 그때 CMIT, MIT를 사용한 제품에선 폐 섬유화가 확인이 안 됐다고 해서 빠져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측 주장만 받아들인 법원"

최 전 부위원장은 "(법원이) 2011년 질본의 동물실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해서 말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 이후 실제 신고된 피해자들 중 가습기 메이트만을 사용했던 피해자는 물론이고 다른 제품과 같이 썼던 복합 피해자 다수가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이 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16년 이후 서너 차례 환경부 등 환경산업기술원 등에서 추가 조사를 해 가습기 메이트의 성분 CMIT, MIT로 인해 폐 손상, 폐 섬유화, 천식 등이 일어난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추가적으로 내놨다"며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 때문에 검찰이 이젠 SK케미칼과 애경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고 기소까지 해서 넘겼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즉 검찰의 주장, 피해자들의 존재, 환경부 등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을 확인한 내용을 (법원이)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반대로 SK케미칼과 애경의 변호사, 피고의 주장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인 판결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일단 어제 나온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항소심에선 뒤집어 SK케미칼과 애경에 책임을 묻는 그런 판결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찾기도 계속 진행이 돼야 하고 더 나아가서 정부 책임에 대해서도 물은 게 하나도 없다"며 "특조위가 청문회를 열어 그때 책임자들이 나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식으로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