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온라인 졸업식을 연 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하얗게 쌓인 눈 위로 ‘축 졸업’과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예년처럼 친구와 후배, 학부모의 축하 속에 교정을 떠나지 못하는 졸업생들을 위해 학교 교무부장 선생님이 직접 눈삽을 들고 마음을 전한 것이다.
지난 밤 학교 운동장을 하얀색 화폭으로 바꿔놓은 함박눈이 선생님의 감성을 발동하게 만들었을까, 어쨌든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에서 비대면을 강요받는 아이들에겐 더없이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날 졸업생들은 각자 집에서 화상프로그램을 이용해 졸업식을 마친 뒤 개별적으로 교실에 찾아와 졸업앨범 등을 수령해야 했다. 그 사이 함께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은 '축 졸업'이 쓰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며 학생들은 ‘비대면 입학식’, ‘비대면 수업’에 이어 ‘비대면 졸업식’을 맞게 됐다. 졸업 시기 역시 평소보다 한 달여 앞당겨져 대부분 학교가 1월 중 졸업식을 연다.
전날 서울시특별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다음달까지 모든 관내 초·중·고교 졸업식을 비대면, 내지 학부모 참석 불가 행사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터라 지역 내 다른 학교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이날 비대면 졸업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세현고등학교에서도 졸업생들은 식이 끝난 후 개별적으로 졸업장을 받으며 선생님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기념촬영도 시간을 맞춰 ‘마지막 등교’를 한 친구와 가족들끼리만 이뤄졌다.
드물지만 대면 졸업식을 진행한 학교도 있었다. 서울로봇고등학교는 교육과정 특성상 각자의 직업현장에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던 졸업생들을 위해 대면 졸업식을 열었다. 학교 측은 사전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전·후기 학위수여식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대학들 역시 올해도 비대면 졸업식이 예상된다. 졸업생들이 모여 함께 학사모를 던지는 졸업식의 ‘흔한’ 풍경마저 코로나19 시대에는 일부 학생들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