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한 분산"이라지만… 교정행정은 '엇박자' 행보

입력
2021.01.13 17:59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이후 1221명 분산 수용 
미결수도 교도소 이감... 관할 법원도 멀어져 
14일엔 수용자 900여명 조기 가석방 
"돌려막기식 분산·가석방 외엔 뾰족한 대책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전국 교정시설로 분산 수용된 수용자가 무려 1,200여명에 달하지만, 과밀수용 문제를 해소하기보단 ‘돌려막기식’ 격리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역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라 하더라도, 재판 관할 법원이나 수용 등급 등의 고려도 없이 분리하는 데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23일 이후 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 2,400여명 가운데 1,221명이 경북북부제2교도소(청송교도소), 대구교도소, 영월교도소 등 6개 교정시설로 이감됐다. 서울남부교도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방으로 분산 수용됐는데, 이들 중에는 관할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감 이후 완치돼 ‘격리 해제’ 판정을 받은 수용자들도 늘고 있으나, 지금도 동부구치소엔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수용돼 있어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수용자 가족들 사이에선 “하루아침에 면회, 재판도 힘든 곳으로 이감돼 언제 돌아오는지 종잡을 수 없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동부구치소 확진자가 대거 이감된 청송교도소의 경우, 원래 이곳에 수감돼 있던 중경비처우급(S4급) 수용자들이 전국의 완화경비처우급(S2급), 일반경비처우급(S3급) 교정시설로 분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정시설과 수용자는 경비 등급에 따라 S1~S4급으로 나뉜다. 청송교도소는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혼거실 수용이 부적절한 S4급 수용자들을 500여개 독거실에 수용해 왔다. 그런데 동부구치소 확진자들이 이곳에 격리되면서, 해당 수용자들이 전국 교도소로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윤옥경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S4급 수용자는 흉악범죄를 저질렀거나 공격성이 잠재돼 있어 독거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다른 교정시설, 그 안에서도 혼거실에 갑작스럽게 수용될 경우 일반 수용자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가 워낙 갑작스러웠던 데다, 전국 교정시설 대부분이 과밀 상태인 것도 사실이라 당국의 분산 수용은 불가피했다는 옹호론도 있다. 법무부 교정개혁위원회 위원인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무·사법개혁연구실장은 “분산 수용으로 수용자들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지만, ‘감염병 확산’이라는 더 큰 인권침해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ㆍ법원과의 협력 없이, 교정당국 단독으로 과밀화를 해소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법무부는 통상 한달에 1회인 가석방을 이달 두 차례 실시, 과밀수용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14일 900여명의 수용자를 조기 가석방하고, 29일 정기 가석방도 예정대로 실시할 예정이다. 기저질환자, 노인, 모범수 등에 한해 가석방 기준도 낮추기로 했다. 다만, 일시적 가석방 확대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벌금형 집행유예, 불구속 수사 등을 통해 미결구금자 숫자를 줄여 교정시설의 ‘입구’를 좁히고, 가석방 등으로 ‘출구’는 넓히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단위’의 분산계획 수립 방침이 발표됐지만,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 공간 마련, 이송 등 기관별 대응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코로나19는 물론, 또 다른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권역별 거점 격리 기관’을 지정해 대비한다는 의미인데, 중장기계획이어서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