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선 자본주의와 답답한 김종인

입력
2021.01.13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소속 의원들에게 미국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 상원 의원이 주창한 ‘공공선(Common Good) 자본주의’에 대한 보고서를 돌려서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 “좌클릭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김 위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한심한 사람들과 뭘 하겠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공선 자본주의는 가톨릭 신자인 루비오 의원이 2019년 11월 미국 가톨릭대 연설에서 처음 제안한 후 여러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알려왔다. 그는 “시장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면서 ‘좋은 일자리 창출'을 공공선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지상 가치로 삼는 주주자본주의다. 지난 40년간 기업 이윤 중 주주에게 지급된 금액이 300% 증가한 반면, 노동자와 기업 미래에 재투자된 비중은 20% 감소해 공동체 위기가 왔다는 진단이다. 기업 이윤이 임금 향상이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재투자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공공선 자본주의라는 얘기다.

□이는 미국의 중산층 몰락과 소득 양극화에 대한 보수 진영 나름의 대안이다. 세계화 및 중국의 부상과 맞물린 제조업 공동화 등으로 백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미국 사회의 내부 갈등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반이민 등으로 이 문제를 다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파 포퓰리즘을 대변한다면, 쿠바 이민 2세로서 2016년 대선 경선에 나섰던 루비오 의원은 공화당 온건파 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주주자본주의가 빈부 격차를 확대시켰다는 반성과 함께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다. 지난해 1월 열린 다보스포럼의 화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였다. 주주 외에도 노동자, 하청 업체, 지역 공동체 등을 기업의 이해관계자로 보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개념으로서 공공선 자본주의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엔 미국 일각에서 커지는 사회주의적 물결에서 기업을 방어하려는 성격도 담겨 있다. 이를 좌클릭으로 여기는 소속 의원들을 향한 김 위원장의 답답한 심경을 알 만하다.

송용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