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은 00보험이 24% 저렴하고, 주택담보대출은 금리가 더 낮은 00대출이 좋은 것 같아요.” 평소 자산관리 중요성은 알았지만 일일이 보험사ㆍ카드ㆍ은행을 방문하긴 번거로웠던 직장인 A씨. 그런 A씨도 요새는 앱 하나로 숨겨진 돈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 A씨의 금융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금융비서가 자체적으로 분석해 A씨에게 딱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2월 5일, 가상인물인 A씨의 사례가 현실이 된다. 금융소비자의 카드이용 내역, 보험계약, 대출 정보, 자산 내역 등 금융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관리해주는 마이데이터(MyDataㆍ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ㆍ카드ㆍ보험 등 기존 금융회사는 물론 카카오ㆍ네이버 등 핀테크까지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핵심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의 신용정보 활용’이다. 지금까지는 신용정보의 원천이 금융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대한 활용 권한은 기업들이 쥐고 있었다. 이제는 이 권한이 '진짜 주인'인 금융소비자에게 넘어온다. 금융소비자는 각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일괄 수집할 수 있고, 신용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각 기업들로부터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신용정보를 넘겨받은 사업자들도 개별 고객들에게 더 유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일부 기업들은 고객 동의를 받아 확보한 계좌ㆍ금융투자 내역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된 이후에는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질 높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부, 학생, 사회초년생 등 금융 이력 부족자의 대출 문턱도 낮아질 수 있다. 고객의 동의를 받은 기업이 여러 곳에 흩어진 고객의 금융정보나 공공요금 납부, 온라인 쇼핑 같은 정보를 종합 평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금융 이력 부족자 1,100만 명, 자영업자 660만명의 신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4일 금융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를 받은 기업은 총 28곳이다. 국민ㆍ우리 ㆍ신한 등 기존 은행권뿐만 아니라 네이버파이낸셜,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번에 예비허가를 받은 28개사는 이달 말 본허가를 받으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반면 마이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었던 카카오페이는 일부 증빙자료 제출이 지연돼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는 “외국법인인 대주주에 대한 형사처벌ㆍ제재 여부 사실조회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카카오페이처럼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은 총 9곳에 대해 본허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소비자 불편 및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