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의 석방 교섭을 위해 이란을 찾았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정부 대표단이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 길에 올랐다. 이란 측이 요구하고 있는 동결자산 해제를 위한 뚜렷한 해법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 테헤란을 방문한 최 차관은 압바스 아락치 외교부 정부차관과 회담을 시작으로 하마드 자리프 외교부 장관,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인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 압돌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어 법무부 차관 등 이란 정부 관계자를 전방위로 접촉했다.
외교부는 최 차관이 이란 정부 인사들과의 접촉에서 "우리 선원과 선박을 억류하고 있는 대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억류 이후 일주일 이상 지난 시점에서도 일말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납득할만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지난 4일 나포된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 문제에 대해 "해양 오염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라는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선원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와 영사 접견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선박 억류 해제의 반대급부 성격으로 예상됐던 국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대금 70억 달러'에 대한 협의도 이뤄졌다. 외교부는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원화자금을 부당하게 동결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란에게 '한국과 미국 금융시스템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원화자금 활용 극대화를 위해 미국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동결자금을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 방법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내 은행에 자금 동결 기간 발생한 이자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망을 피해 안전하게 자금을 전달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기자 브리핑에서 "이란은 전부터 동결된 우리 자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에 불만을 표시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내 이란 자산 동결 문제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란 정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는 최 차관의 이란 방문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협상안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차관 일행은 카타르를 거쳐 14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