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션지 '보그'의 유명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가 최근 '화이트 워싱' 논란을 불러 일으킨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의 표지 사진을 두고 해명에 나섰다. 유색 인종인 해리스 당선인의 피부를 일부러 밝게 보정해 마치 백인처럼 표현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윈투어는 1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에 성명을 보내 "해리스 당선인의 놀라운 승리와 이것이 미국의 역사, 특히 전 세계 유색 인종 여성들에게 중요한 순간을 축하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언급했다.
보그는 10일 공식 트위터에 2월호 표지 모델로 해리스 당선인의 사진을 공개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미 역사상 최초의 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 부통령 당선인을 일부러 밝게 '화이트 워싱'해 해리스 당선인의 업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논란도 뒤따랐다. 출간될 것으로 보이는 잡지 표지 사진에서 해리스 당선인이 캐주얼 복장과 스니커즈 운동화를 착용하고 어색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서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해리스의 더 나쁜 사진을 사용하는 건 인종차별인가 아니면 단순한 여성혐오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와자하트 알리는 "안나 윈투어는 흑인 친구나 동료가 정말 없을 것"이라고 화이트 워싱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캐주얼 복장 사진을 가리키며 "많이 악의적인 표지가 이미 인쇄돼 구독자에게 발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윈투어는 이에 대해 "우리의 창조적인 팀은 캐주얼한 스타일이 현재 유행이고, 이에 따라 편한 복장의 부통령 당선인 사진이 현 시류를 잘 반영한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리스 당선인 측은 애초에 보그팀과 블루 계열 정장을 입은 사진을 표지로 쓰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전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윈투어는 "공식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윈투어는 "우리는 시시각각 생명을 앗아가는 가장 끔찍한 전염병의 한복판에 있다"며 "우리는 이 비극적인 순간을 세계사에 반영하고자 했으며, 훨씬 덜 격식있고 다가가기 쉬운 사진이야말로 바이든-해리스 캠페인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윈투어는 민주당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해명은 윈투어가 뉴욕타임스 기자인 카라 스위셔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뤄졌다. 사진 논란이 일기 전에 이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후 논란이 일자 성명을 보낸 것이다.
윈투어는 앞서 진행된 스위셔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당선인은 표지 사진을 위해 자신의 의상을 직접 선택했다"며 "그는 매우 확실한 패션 감각을 지녔다"고 사진 촬영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윈투어는 이어 "이번에 나올 잡지 표지는 성공적이고 낙관적"이라며 "(그것은)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여성의 이미지,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리스 당선인의 블루 계열 정장 차림의 사진은 보그의 디지털 커버로 먼저 공개됐다. 보그 측은 이 사진을 별도의 인쇄판 커버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영국의 BBC가 전했다.
한편 윈투어는 세계 패션계의 거물로 꼽히는 인물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 편집장이 그를 모티브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