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 물량 풀고 3월까지 4종 승인… 美, 백신 접종ㆍ확보 총력전

입력
2021.01.13 20:30
안 꺾이는 코로나 확산세에 전전긍긍 고육책
하루 사망 4000명대 진입… "매일 9ㆍ11 능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 국가인 미국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차 접종용 비축 물량까지 푸는 고육책을 내놨다. 사용 승인을 서둘러 1분기 내에 4종류의 백신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같은 목적에서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비축하고 있던 대부분의 백신을 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두 번째 접종분 공급을 위해 생산된 백신의 절반을 비축해 둔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배포 정책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수용한 결정이다. 바이든 인수위원회는 8일 백신 접종 속도를 끌어올리려면 정부가 이용 가능한 모든 백신을 배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전히 악화일로인 코로나19 피해 상황 역시 선택지를 줄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매일 수천명이 숨지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퍼지면서 백신 배포 지연에 따른 위험성이 증가해 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더불어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WP에 따르면 백악관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포함된 ‘초고속 작전’ 팀 회의에서 주(州)들이 우선 순위 대상자 지침을 지나치게 엄격히 지키는 바람에 백신 생산 증가에도 접종 지연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에이자 장관은 “이미 의료진과 요양원 사람들 수보다 더 많은 백신을 (각 주에) 배포했다”며 “백신 접종 그룹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백신 접종 시설 마련도 접종 가속화 시도의 일환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보건 당국은 애너하임 소재 디즈니랜드에서 지역 주민을 상대로 이번 주 중으로 백신 접종에 착수하기로 했다. 현재 디즈니랜드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문을 닫은 상태다.

뿐만 아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소속 팀들의 홈구장도 백신 접종 센터로 속속 전환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구장인 다저스타디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파크, 뉴욕 메츠의 시티필드 등이 대상이다. 미 전역 접종 현장에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아울러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의 물량을 늘리려면 종류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이날 초고속 작전팀은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의 긴급 사용을 3월 말까지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인 얀센이 개발한 백신은 2월 중순쯤 사용 승인이 이뤄지리라는 게 초고속 작전팀의 예상이다.

팀의 구상대로 두 백신의 승인 절차가 완료되면 미국은 지난달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백신에 이어 올 1분기 중으로 백신 4종을 확보하게 된다.

백신과 함께 치료제도 추가 공급된다. 미 정부는 리제네론사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 125만회 투여분을 추가 구매해 총 공급량을 150만회분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라고 이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렇게 미 정부가 백신 속도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건 코로나 사망자ㆍ감염자 증가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보면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으로 하루 코로나 사망자가 4,47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하루 사망자가 4,000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평균도 기록적이다. 지난주 일 평균 사망자는 3,223명이었다. 이날 미 CNN방송은 2001년 9ㆍ11 테러 사태 당시 사망자(2,977명) 수를 언급하며 “그때보다 매일 몇백명이 더 많다”고 전했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