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제안해 파장을 일으킨 이익공유제에 대해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 받는 중소상공인을 돕자는 좋은 취지에도 ‘기업 팔 비틀기’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1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을 방치하지 않고, 연대와 상생의 틀을 만들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보완적 방안”이라며 “논의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오늘 당내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TF 논의 과정에서 세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둬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면서 “(이익을 얼마나 공유할지) 목표 설정이나 이익공유 방식 등은 강제하기보다 민간의 자율적 선택으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당정은 후원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상생 협력의 결과에 대해 세제 혜택이나 정책자금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팔길이 원칙은 ‘팔의 길이만큼 거리를 둔다’는 것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술가 등에 대한 정부 지원 원칙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플랫폼 경제 시대에 적합한 상생협력 모델을 개발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예컨대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가 공동 노력으로 이익을 높이면 자영업자의 마진율을 높이거나, 수수료 인하라는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방식은 글로벌 기업이 이미 시행 중이고 국내 성공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미는 ‘프로토콜 경제’와 비슷해 보인다.
이 대표가 기업 팔 비틀기 논란을 의식해 자발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익 공유제 성패의 관건은 자발적 이익 공유를 끌어 낼 확실한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익공유제는 격차 해소를 위한 증세라는 정공법을 피해가는 애매한 대책이란 비판이 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나온다.
민주당 중진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이 담보가 안 된다”며 “압박 또는 관제 기부의 위험도 있고 이익 또는 손실의 산정도 형평성 시비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자발적 참여라는 우회 방법보다는 부유세 또는 사회연대세라는 정공법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