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쌍용자동차에 대한 자금 지원과 관련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ㆍ'흑자 전 쟁의 금지 각서 제출’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회장은 “두 가지 조건이 제시되지 않으면 산은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회장은 12일 신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이 정상화되기도 전에 매년 노사 협상을 한다고 파업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자해행위를 많이 봤다”며 “심지어 기업이 어려워지니 정부ㆍ산은에 압력을 넣어서 유지하자는 경우도 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쌍용차 신규 지원에 대한 두 가지 필수 조건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단체협약을 1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늘려서 계약할 것과 흑자 나오기 전에는 일체 쟁의 행위 금지한다는 각서를 제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쌍용차 노사를 향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투자가) 성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실을 못 맺고 부실화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해선 "굉장히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공정위원회뿐 아니라 1월 중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대만, 터키 등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더라도 세계 10위 수준에 불과하고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해도 세계 7위권이기에 (독과점에 대한) 큰 우려는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산은 등이 추진한 정관 변경 계획에 반대표를 행사한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퇴색한 것이 아닌가 본다"며 “과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결정이 합리적이었는가에 대한 비판이 실제로 있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키코 사태에 대해선 ‘배상 불가’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회장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불완전판매로 보상을 하라고 하는데 불완전판매 해석에 대한 다툼의 여지는 있다"며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주장은 논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으로 법원이 좋든 싫든 법원이 스스로 번복하기 전까지 따라야 한다"며 "판례를 뒤집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