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기점으로 완전히 갈라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임기 말이 대조적이다. 보좌진과 고별 인사를 하며 기립 박수까지 받은 펜스 부통령과 달리 참모진이 줄줄이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고립되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8일 백악관 행정동인 아이젠하워빌딩에서 열린 고별식에 참석해 보좌진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행사에는 부인과 딸도 동석했다. 그는 각료 회의실에서 지난 4년간 사용한 전용 의자를 보좌진들에게서 선물 받았고, 약 4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보좌진에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라며 "그간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렇게 훈훈한 펜스 부통령 주변은 두 번째 탄핵 위기를 감내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와 극명하게 다르다. 더욱이 6일 벌어진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보고 실망감을 느낀 백악관 참모진은 물론 각료들까지 연이어 사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별 인사를 해줄 사람들이 먼저 트럼프를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이 사임해 의사당 난입 사태 뒤 자리를 떠난 세 번째 각료가 됐다.
펜스 부통령이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거부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확정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펜스 부통령도 다른 의원들과 함께 몸을 피해야 했는데, 이후 펜스 부통령의 안부를 묻거나 폭동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둘 간의 대화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급 관리는 CNN에 "두 사람이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이날 처음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나 대화했지만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탄핵소추안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압박에도 펜스 부통령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정지 관련 내용이 담긴 수정헌법 25조의 공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 과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부통령이 직무 대행을 한다는 내용이다. 펜스 부통령 측근은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더 불안정해질 경우에 대비해 이 옵션을 들고 있으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