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자신이 마스크를 쓰기 힘들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어 외출조차 어렵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2배로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에 백신을 맞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일간 USA투데이가 11일(현지시간) 최우선 접종 대상인 의료진이나 요양시설 거주자가 아닌 세 친구 앨런 레서·엘리스 켈먼·크리스틴 부다의 백신 접종 이야기를 전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전문기관 YAI가 운영하는 그룹홈 '셰플러하우스'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들로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첫 발달장애인 그룹에 포함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 거주자를 백신 접종 1순위로 정하고 있지만 지적장애·발달장애인 거주 시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뉴욕주(州)는 상주 간호 인력이 없는 그룹홈에 머물고 있는 장애인도 백신을 우선순위로 맞을 수 있게 했다. 단 장애인 내에서도 지적 장애인은 접종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YAI의 호프 레비 이사는 "셰플러하우스 거주자들의 빠른 백신 접종을 위해 몇 달 동안 로비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CDC가 지적장애·발달장애인 집단 거주 시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도 YAI 측이 이들의 빠른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중 일부는 보호자의 돌봄 없이는 식사나 목욕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마스크를 꾸준히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대다수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고령의 부모와 함께 산다. USA투데이는 "이런 점을 감안해 지적장애·발달장애인들이 먼저 백신을 맞도록 해야 한다"는 미 자폐인 자조네트워크의 법률 이사 샘 크레인의 말을 함께 전했다. 미국 인구의 약 2%인 700만명 이상이 지적장애·발달장애인이다.
특히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적장애·발달장애인은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할 확률이 다른 환자 집단과 비교해 3배 높다.
미국 민간 의료보험 청구 자료를 최대로 확보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페어헬스(FARE Health)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의 보험 청구 기록을 검토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NYT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분석을 소개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라며 "일부 노인과 특정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다운증후군이나 발달장애·지적장애인 등 근본적으로 건강에 문제를 지닌 사람과 집단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다음달부터 백신 접종이 예정된 만큼 접종 우선순위 등 세부 실행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공개한 '우선접종 권장 대상(안)'에는 '성인 만성 질환자'도 9개 우선 권장 대상군에 포함돼 있어 만성 질환의 정의와 기준을 어떻게 세분화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