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지난해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치르지 않았던 의대생 2,700명이 이번달 뒤늦은 시험을 치르게 됐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한 조치란 설명이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공정성·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이 계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지만,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유의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중보건의 등 현장의 필수의료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실적 문제를 그대로 두고볼 수 없다"며 "금번 의사 국시 시행은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임을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국시 거부 의대생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구체적으로 국시에 필요한 사항을 시험 90일 전까지 공고토록 하는 데 더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인력을 충원할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면 공고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정부는 올해 국시를 9월 이전인 이번달에 한 번 더 치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이번달 국시 원서접수는 13, 14일 이틀간, 실기시험은 23일에서 다음달 18일까지 진행한다. 지난해 필기를 치른 뒤 실기를 거부한 의대생들이 볼 수 있는 시험이다. 현재 의대 본과 3학년은 1월 시험이 아니라 9월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85회 국시는 지난해에 이미 끝났고, 올해는 86회 국시를 두 차례에 나눠 보는 셈"이라며 "올해 1월 떨어지면 내년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치러진 국시 실기시험에서 전체 응시 대상자의 14% 수준인 423명만 응시해 365명(합격률 86.3%)이 합격했다. 보통 3,000명 수준이던 데 비해 2,700여명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 결정에 의료계 안팎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간 계속해서 재응시 기회를 요구해 온 의료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고대 의대 교수)은 "국시를 보게 하지 않는다면, 올해 인턴은 고작 300명이다가 내년에는 6,000명 가까이 쏟아지게 된다"며 "의료계 혼란 방지와 코로나19라는 응급상황 대비 차원에서 이번 조치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대 여론도 여전하다. 의대생 국시 재응시 방침을 밝힌 지난달 31일, '의대생들에게 국시를 칠 특권을 용납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게재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현재까지 1만7,000여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