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가게 정리합니다" 옷·컴퓨터 쏟아지는 중고시장

입력
2021.01.12 21:00
16면
중고거래 헬로마켓 폐업 물건 등록 2배↑
여성의류 가장 많고 스포츠용품 18배 폭증
당근마켓에선 에어컨·보일러까지 매물로

"코로나로 폐업할 줄 모르고 새로 사둔 건데 세 번 사용했어요."

"주말까지 가게 빼야 해서 싸게 내놓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판매글 중 일부다. 업소용 조리기구부터 의류 매장에 걸려 있어야 할 새 옷들, 가게에서 쓰던 보일러·에어컨과 PC 등 온갖 집기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불황발 폐업 물건들이 중고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당근마켓, 헬로마켓 등 관련 플랫폼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12일 개인 간 중고거래 서비스 헬로마켓이 지난해 게재된 판매글을 분석한 결과, 3분기까지 '폐업'과 '가게정리'를 키워드로 등록된 제품이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15%나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를수록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폐업 정리 물품도 덩달아 늘었다. 코로나 1차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해 1분기 폐업과 가게정리 키워드 물품은 204% 폭증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확산세가 주춤했던 2분기와 3분기 증가폭은 각각 72%, 63%였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이어진 4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게 헬로마켓의 설명이다.

작년 3분기까지 폐업 키워드로 가장 많이 등록된 물건은 여성의류, PC와 노트북컴퓨터, 스포츠 및 레저용품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스포츠·레저용품이 1,686%를 기록했고, PC와 노트북은 640%, 여성의류는 95%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옷가게, PC방, 운동시설 등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많이 받았다는 걸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방역 조치로 여러 명이 모여서 하는 운동이 제한되면서 스포츠와 레저용품 중고거래 등록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가게 정리로 매물은 늘고 있지만 잘 팔리진 않는다. 헬로마켓에서 폐업 제품 중 지난해 3분기까지 구매자를 찾아 판매가 완료된 비중은 18%에 그쳤다. 2019년에는 판매 완료 비중이 34%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가게에서 쓰던 제품은 주로 업소용 물건인데, 이를 가져갈 신규 개업이 더딘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한 방송에서 본인의 마지막 이태원 가게를 정리하던 방송인 홍석천씨는 중고물품 전문 매매업체 사장이 제시한 매입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통 가게가 폐업하면 전문적으로 업소 물건을 취급하는 곳에 넘기는데, 이제는 매물이 개인 간 중고거래 시장까지 흘러오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후국 헬로마켓 대표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 폐업 제품 등록 건수 급증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폐업이 너무 많아서 기존 처리 업체의 수용 범위를 넘어선 것도 자영업자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몰리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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