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 번이나 탄핵 추진 당한 美 대통령 ‘불명예’

입력
2021.01.12 02:13
美 민주당, 탄핵소추안 11일 의회 제출
의사당 난입 사태 '반란 선동' 혐의 적용
이르면 13일 하원 통과...상원 송부는 5월

미국 민주당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책임을 물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쫓아내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11일(현지시간) 하원에 탄핵안을 제출했고 이르면 13일 표결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도 제출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이나 탄핵이 추진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민주당 데이비드 시실리니ㆍ테드 리우ㆍ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 3명이 공동 작성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이날 오전 11시 의회에 제출됐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란 선동’ 혐의를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과정에서 중대 범죄와 연루됐다며 “의도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한 폭력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사전 집회에서 “당신들의 힘을 보여달라”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오후에 의사당으로 이동해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경찰 1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 사망하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와 정부 제도를 심대하게 위험에 빠트렸다”며 “그는 민주주의 체제의 통합을 위협했고, 권력의 평화적 이양을 방해했고, 동등한 정부 기구를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신뢰를 배반했고, 미국 국민들에게 아주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일이 벌어진 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7일 조건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8일 하원 운영위원회에 탄핵안 준비를 지시하고, 9일 동료 의원들에게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주에 워싱턴 복귀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소속 하원의원 222명 중 200여명이 10일 오후까지 발의안에 서명을 마쳤고 11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또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결의안을 내고 24시간 내에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탄핵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래스킨 의원이 작성한 결의안을 제출하며 만장일치 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알렉스 무니 하원의원이 결의안에 반대해 만장일치로 통과되지 않으면서 12일 표결로 넘어갔다. 수정헌법 25조 4항은 대통령이 직무 불능 상태에 있다고 판단될 때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절차 등을 규정해뒀다. 다만 대통령이 사고나 질병 등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이번 경우에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펠로시 의장은 펜스 부통령이 24시간 내에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탄핵안을 표결에 붙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3, 14일 중 탄핵안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 CNN은 전했다.

다만 민주당도 고민은 있다. 20일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까지는 탄핵안이 의회를 완전히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직후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에 전직 대통령 탄핵 정치 공방에 관심이 쏠릴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 부담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일단 하원에서 탄핵안은 통과시킨 뒤 상원으로 송부하는 시점은 늦추는 전략을 택했다. 제임스 클라이번 원내총무는 “바이든 당선인 취임 후 100일 전까지는 상원에 탄핵안을 보내지 않는 방안을 펠로시 의장에게 제안했다”고 10일 CNN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며 의사당 사태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