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막을 주방위군 지원 요청, 윗선서 묵살" 美 의회경찰국장 폭로

입력
2021.01.11 20:35
"주방위군 의사당 투입 모양새 좋지 않다며 거부" 주장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의회경찰국장이 수차례 주방위군 지원을 요청했으나 윗선에서 이를 묵살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주방위군을 미리 의사당에 배치했으면 시위대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스티븐 선드 전 의회경찰국장은 1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대선결과 인증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인 4일, 의회 보호를 위해 주방위군을 대기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상ㆍ하원 보안 책임자들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선 불복 시위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정보를 경찰이 쥐고 있었음에도 윗선에서 공식 조치를 꺼렸다는 것이다.

선드 국장의 주장에 따르면, 폴 어빙 하원 경비대장은 시위가 벌어지기도 전에 공식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요청을 거절했다. 마이클 스텐저 상원 경비대장은 주방위군에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경계 강화를 요청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어빙 대장과 스텐저 대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결국 의회경찰은 추가 지원 없이 시위대에 맞서야 했고, 선드 국장이 근무했던 의사당 서쪽 외곽은 15분만에 뚫렸다. 시위대는 8,000명가량, 의회경찰은 1,400명 남짓이었다. 선드 국장은 “만약 주방위군이 투입됐다면 추가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 시위대를 더 오래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드 국장은 의사당 난동 사태 당일에도 다섯 번이나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국방부 관리들이 미온적이었다. 선드 국장은 국방부 관료들과의 전화회의에서 주방위군 긴급 지원을 요청했으나, 월트 피아트 육군중장이 “주방위군이 의사당을 배경으로 경찰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내키지 않는다”며 지원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호건 주지사는 “의사당 난동 사태 당시 거의 몇 분 만에 주방위군 지원 요청이 있었지만 국방부 승인이 90분이나 지연됐다”며 “즉시 주방위군 투입을 준비시켰지만 승인이 나지 않아서 주 경계를 넘어서 워싱턴으로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