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박 나포 일주일째... 해양오염 증거 제시 못해

입력
2021.01.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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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란 외교차관 회담서 동결자금 논의
최종건 차관, 이란 최고지도자실 접촉 시도 중


한국 국적의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이란이 11일 현재까지 한국케미호의 해양오염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 도착한 최종건 1차관은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외교부 차관과 회담을 갖고 한국 선박이 환경 규정을 위반했다는 근거를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4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오만 인근 해역을 항해중이던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한국케미호가 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게 이란 측 주장이다.

우리가 증거를 요구하자 이란 측은 "(선박을 억류 중인) 사법 당국에 증거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했으니 조금 더 기달려달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차관은 한국 선박에 대한 억류 조치는 부당하다며 조속한 해제를 요구했으나, 이란 측은 이에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에서 이란은 한국 내 동결된 자국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7조6,000억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이란 외교부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날 회담에서 "이란과 한국의 양자관계 증진은 이 문제(자금 동결)가 해결된 뒤에야 의미 있다"면서 "최우선 사안(동결자금 해제)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데 진지하게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최 차관이 이 자리에서 이란 자금을 돌려줄 수 있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차관은 11일 이란중앙은행 총재와도 만나 동결자금 해제 문제를 논의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한국이 이란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큰 실수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1년 6개월 전 한국에 방문해 우리 정부 관리들과 가진 회담을 언급하며 "당시 한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동결 자금이 양국 관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이 곧 물러나는 미국 행정부의 압력에서 벗으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12일까지 테헤란에 머무는 최 차관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예방한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위 관계자도 별도로 접촉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