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성’으로 지난 5일 시작한 북한의 8차 당대회가 전략무기를 과시하는 심야 열병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북한이 어제 심야 시간대에 김일성 광장에서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심야 열병식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북한은 전날 6일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했다. 승격이 예상됐던 김여정 제1부부장은 정치국 고위급 명단에서 제외된 반면, 김 부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했던 최측근 투톱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 지도부 핵심 인사를 발표한 후 심야 열병식을 실시한 것이다.
당 대회 전후로 열병식이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5년 전 7차 당대회 당시에는 폐막 직후 군중대회와 횃불행진을 했고, 1980년 10월에 열린 6차 당대회에서는 군중시위, 집단체조를 진행했다. 별도의 열병식은 없었다. 북한이 영하 16도의 강추위 속에서도 3개월 만에 심야 열병식을 강행한 건,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력을 과시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짙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미국이 ‘최대의 주적’임을 강조하며 국방력 강화를 당 규약에 명시까지 했다.
앞서 9일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핵잠수함 개발을 최초로 공식화하고 핵무력을 강조한 만큼, 이번 열병식에서 어떤 신형무기가 등장했는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10월 열병식 때는 화성-15형을 발전시킨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ㅅ’ 등을 내보였다. 당시 열병식 당일 오후에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중계했던 북한은 아직 열병식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이번 당대회는 김 위원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엄청나게 미달됐다”는 개회사로 시작하면서 경제 발전계획에 대한 논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5년 전에 양복을 입었던 김 위원장은 이번엔 인민복 차림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까지 했다. 예상과 달리 생일인 지난 8일에도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이어가며 ‘애민 지도자’의 면모도 부각했다. 2016년 당대회 개회사에서 핵ㆍ미사일 치적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무력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판에 김 위원장이 핵을 36번이나 언급하면서 급반전됐다.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를 겪으면서 내세울 만한 경제 업적이 없는 김 위원장이 무력 과시로 대내 결집을 도모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체제 들어 두 번째 열리는 당대회인데다 올해 집권 10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주민들을 결집할 만한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당대회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이날까지도 당대회가 진행 중이므로 북한이 막판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10일 ‘제8기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를 마친 북한은 이날 7일차 회의를 열고 당 대회 결정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에도 7,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강행군을 이어간 이번 당대회는 당초 예상보다 긴 ‘6박7일’ 일정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