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60% “가해자 보복 우려 때문에 아동학대 신고 망설인다”

입력
2021.01.11 17:10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교사 10명 중 6명이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를 접하고도 신고를 망설인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망설이는 이유는 신고 후 교사가 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아동의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11일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런 내용의 아동학대 현황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6~10일 전국 유·초·중·고·특수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고, 이중 84.8%가 초등학교, 유치원 교사였다.

응답자 800명 중 318명(39.8%)은 학대 의심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근무 학교에서 학대사건이 있었다는 응답도 209명(26.1%)에 달했다. 학대 유형은 △신체학대(183명) △방임 및 유기(158명)가 가장 많았다. 여러 학대를 동시에 하는 중복학대(76명), 정서학대(64명), 성학대(13명) 등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신고를 한 건 154명(19.3%)에 그쳤다.

60.1%(응답자 776명 중 466명)는 아동학대 신고를 망설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신고 후 아동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33.8%) △아동학대 유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32.5%)라고 답했다. △양육자의 위협(14.1%) △신고 후 절차에 대한 불신(10.8%) △신고 후 소송 우려(8.7%) 등을 꼽기도 했다.

아동보호를 위해 개선할 점으로 교사들은 △신고 뒤 학대 주양육자와의 분리(76.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 △신고자 신변 보호(70.1%) △소송에 대한 신고자 보호(55.8%) △복지 시스템 강화를 통한 학대 징후 가정의 조기발견(35.4%)도 개선할 과제로 꼽혔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아동학대 신고는 피해아동과 연관된 신고의무자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쉽게 신분이 노출되므로 신고의무자의 개인정보 보호, 신변안전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