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구결번 시켰던 '총비서' 부활...김정은 1인자 위상 강화

입력
2021.0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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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총비서로 추대됐다. 총비서는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썼던 직함이다. 5년 전 폐지했던 비서 체제로 되돌아간 당 중심 권력 구도의 정점이 김 위원장임을 재차 천명한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열린 8차 당대회 엿새째 회의 결과를 전하며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의 최고 영도자를 옳게 추대하는 것은 혁명적 당이 영도적 정치조직으로서의 자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성업"이라고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당 내 직함 변경은 이번이 두번째다. 집권 초 제1비서였던 김 위원장의 직함은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비서국이 폐지되면서 당 위원장으로 바뀌었고, 다시 5년 만에 열린 이번 당대회에서 총비서로 변경된 것이다.

여기저기 '위원장' 직함 너무 많아...총비서로 권위 재확립

북한은 앞서 2012년 4월 열린 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영구 결번' 시킨 선친의 당 직함을 다시 가져오는 데 정치적 부담감이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반 김 위원장의 당 직함이 '제1비서'였던 것도 선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비서 타이틀을 자신에게 다시 가져온 것은 위상을 일거에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은 "기존의 당 위원회 체제에선 당 하부 조직 별로 너무 많은 '위원장' 직책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직함에서부터 김정은의 권위가 충분히 서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비서 체제를 부활시켜 당 하부 조직에서 범람했던 '위원장'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동시에 총비서 직함은 온전히 김 위원장만이 쓸 수 있게끔 해 1인자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당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쓰는 위원장 직함을 버리고 당에서만 쓰이는 총비서 직함을 앞세운 것"이라면서 "김정은 중심의 당이 이끄는 국가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위기감도 반영"

총비서 체제 부활에는 김 위원장의 위기감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당 위원회 체제에서 이뤄진 경제·외교 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라, 김 위원장으로선 '당 위원장'이란 직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자 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총비서 중심의 전통적 사회주의 체제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변화가 아닌 수구(守舊)를 통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