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예정된 가운데 정부가 우선접종 순위에 따라 최대한 많은 사람이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접종대상자도 50세 이상 성인과 교정시설 수감자를 포함하는 등 확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11일 브리핑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 시행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방역당국은 백신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백신비)은 모두 나라에서 대지만, 실제 의료기관에서 접종에 드는 비용(시행비)은 우선접종대상자에게만 지원하고 그 외 사람들은 일부 부담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백신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선 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행비까지 국가가 부담해 백신을 접종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게 됐다. 정 본부장도 이날 “전 국민에게 무료 접종을 제공한다는 전반적인 방향 하에서 세부적인 이행방안을 만드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가 검토 중이라 밝힌 우선접종 권장 대상은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65세 이상 노인 △성인 만성질환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및 직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50~64세 성인 △경찰·소방 공무원·군인 △교정시설 및 치료감호소 수감자 및 직원이다. 지난달 발표한 대상에서 △50세 이상 성인 △교정시설 관계자 두 가지 기준을 추가했다. 이렇게 맞힐 경우 우선접종대상자 규모는 3,200만~3,60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본부장은 “겹치는 인원이 있기도 해서 지자체, 관계부처, 관련 협회 등을 통해 구체적 명단과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의 최우선 목표가 ‘사망률 감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먼저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국내에 들어올 백신은 모두 고령자 대상 임상시험 결과를 갖고 있다”며 “제출된 임상자료 중 고령자 부분은 효과와 안전성을 따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에는 의료기관 종사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성인 만성질환자 등으로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본부장은 "만성질환자의 경우 만성질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등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1순위 접종 대상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서 위탁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된다. 냉동보관이 필요 없어 독감 백신처럼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접종가능하다.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은 냉동보관이 필수라 별도 접종센터와 유통센터가 필요하다. 정부는 여러 기업과 물류체계 구축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두 번 맞아야 하고 접종 후 면역력이 생기기까지 2, 3주가 걸린다. 정부는 11월쯤 집단면역이 형성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백신 공급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지금까지 확보한 5,600만명분 백신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정 본부장은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고 백신의 공급이나 허가 이슈가 남아 있어서 개별 제조사들과 협의를 통한 추가 물량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