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의 전쟁" 선포한 文, 1년만에 "주거 문제 송구"

입력
2021.01.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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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첫 공식 사과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 지 1년 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과와 동시에 주택 공급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축년(辛丑年)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를 짤막하게 언급했다. 총 8,200여자에 이르는 신년사 중 부동산 관련은 세 문장이었다.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

"매우 송구하다"는 표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송구' 같은 직접적 표현으로 사과한 적은 없었다. 이전엔 대체로 '부동산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는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될 것'이라고 하면 대책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며 정책 실패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정부 출범 이후 24차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년간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시장은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반응했고, 청와대와 정부 다주택 인사들의 주택 매각 거부 논란 등으로 민심에 불을 질렀다.

문 대통령은 '공급 확대'로 돌파구를 삼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달 7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도 "무엇보다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주택 공급 확대"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규제와 공급을 함께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