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로 사임 압박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성과 과시용’ 공식 일정을 잡았다. 퇴임 전까지 자진 사퇴는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경장벽 시찰을 통해 ‘치적’으로 자평하는 불법 이민정책 성과를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텍사스주(州) 알라모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국경장벽에서 400마일(644㎞) 떨어진 지역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붕괴됐다”고 주장하는 이민제도 개혁 성과를 기념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국경장벽 건설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성과 알리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AP통신은 해석했다. 의사당 침탈을 부추긴 책임으로 중도 사퇴 압박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일은 없다”고 선포한 것이나 같다는 얘기다. 국경 시찰은 앞서 6일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한 이후 그의 첫 공개 행보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빠르게 트럼프에 대한 두 번째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은 탄핵안 표결을 위해 11일 공식 안건 상정을 예고했다.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의 자진 사퇴 혹은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가 연이어 제기된 상태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찬성한 경우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하고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론도 좋지 않다. 이날 발표된 ABC뉴스와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과반(56%)은 트럼프가 '’임기가 끝나기 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3명 중 2명(67%)은 국회의사당 폭동에 대해 ‘충분히 혹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문항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마이웨이’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AP는 “보좌관들은 트럼프가 그의 임기 마지막을 정책 성과를 과시하며 보내도록 압박하고 있다”면서 “금주 내내 중동평화 협정, 각종 규제완화, 중국 세력 견제 등의 업적을 선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은 이달 2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