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이다" 대구 주택가 도로 봉쇄로 통행대란... 경찰도 속수무책

입력
2021.01.11 17:40
차량 파손, 노약자 보행위험, 주차 차량 이동 곤란 등 피해 속출
주민들 항의에 "법적으로 문제없다" 
경찰과 관할 구청 "개입 근거없다"며 팔짱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도로 소유주가 재산권 행사를 위해 콘크리트 블록과 쇠사슬로 봉쇄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통행대란을 호소하고 있다. 관할 구청과 경찰도 "위법사항이 아니라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11일 수성구 범어동 40여 가구에 주민 100여명이 살고 있는 한 주택가 진입로 도로 양쪽에 쇠사슬로 연결한 가로 세로 50㎝ 크기의 콘크리트 블록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공동주택 주차장과 주택 정문 등을 막고 있는 블록 위에는 '사유재산이므로 훼손이나 이동할 경우 형사고발 한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로 폭은 2m 남짓으로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에 불과하다. 도로 소유주는 주택가의 유일한 진입로인 도로를 곧 전면통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평화롭던 주택가에 통행대란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쯤 도로 소유자 A씨가 나타나면서부터다. 그는 곧 도로 양쪽에 콘크리트 블록을 쌓고 쇠사슬로 연결했고, 도로는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졌다. 이 때문에 차량 파손이 잦고, 노약자들이 넘어지기도 하며 차고지나 빌라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움직이지 못해 생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A씨는 "개발 소식을 듣고 지난해 여름 도로를 매입했으나 개발도 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에게 은행 이자라도 받으려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덩치가 큰 사람들이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큰소리를 치는 통에 장애물들을 치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용도 변경이 되지 않는 주택가 도로를 매입한 지 6개월 만에 차고지 등 도로 통행을 막은 것은 개인의 돌발행동이라기보다 건설사의 땅 매입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구청과 경찰에 불편을 호소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수성구 관계자는 "A씨는 지난해 7월 4명으로부터 12억여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며 "그가 쇠사슬을 설치한 후 계고장에다 행정대집행을 할 계획이었으나 위법사항이 아니어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대책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대해 A씨는 "진입도로는 내 땅이고 주민들이 사용료도 내지 않고 이용하는 것이 비정상"이라며 "앞으로 도로 일부가 아니라 전면 봉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관할구청에는 도로 밑 상수관도 이전요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광원 기자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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