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집콕 생활

입력
2021.01.15 18:00
22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벌써 1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재택 근무가 상시화하면서 온 가족의 집콕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모임에도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내려지며 사실상 전 국민이 집안에만 웅크린 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두 힘들지만 가장 큰 희생을 강요당한 이는 선생님 역할은 물론 가족들의 삼시세끼까지 챙겨야만 하는 엄마들과 벼랑 끝의 자영업자일 것이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는 집콕 생활 3대 수칙이 필요해 보인다.

□ 가장 먼저 배려해야 할 대상은 가족이다. 식구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진 건 좋은 일이지만 코로나 블루로 모두 예민해진 상황이다 보니 평소라면 그냥 넘길 일도 짜증을 내거나 말다툼을 하기 십상이다. 24시간 같이 있는 가족끼리 싸우기라도 하면 이후 집안 분위기는 어색해지고 집콕생활은 지옥이 된다. 서로 고마운 마음을 자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 둘째, 이웃에 대한 배려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에너지를 분출할 길 없는 아이들과 홈트 등의 영향으로 층간소음 분쟁이 급증했다. 최근엔 방송인 이휘재 문정원 부부의 집 아래층에 사는 주민이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한 글이 회자됐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도 매일 100여건의 중재 신청이 접수될 정도다. 코로나19 이전의 2배다. 층간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갈등이 커지기 전 미리 진심이 담긴 사과문 쪽지나 음료수 등 작은 선물로 양해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도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할 게 아니라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처럼 층간소음의 정확한 기준과 엄수 시간, 위반 시 처벌 규정 등을 담은 법 제정을 논의할 때다.

□ 셋째, 택배와 배달 노동자에 대한 배려다. 택배와 배달이 집콕 생활의 생명줄이 되면서 날씨가 안 좋을 때도 서비스를 강행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러나 눈이 내려 미끄러운 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다. 폭설이나 폭우시엔 이용자들이 먼저 배달 주문을 자제하는 게 함께 사는 사회의 예의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집콕 생활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박일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