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배달을 일상의 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였다. 햄버거, 치킨 등 특별한 식사 한 끼에 자주 사용하던 배달 서비스가 이젠 일상적인 집밥을 비롯해 카페에서 즐기던 커피 한 잔, 슬리퍼를 신고 나가 사던 편의점 물건까지 나르고 있다. '코로나 1년'을 지나는 사이 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급증한 '한식' 배달 건수가 급기야 '치킨'을 넘어섰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11일 식당과 배달원을 연결하는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지난해 배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식 배달이 가장 크게 늘었고 디저트류와 편의점 배송 역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과 2019년 부릉 배송 카테고리 1위와 2위는 버거와 치킨이었다. 한식과 분식, 디저트가 3~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위 버거에 이어 2위로 한식이 치고 올라왔고, 3위인 치킨 다음으로 많이 시킨 음식이 디저트였다. 분식은 5위로 내려앉았다.
부릉 배송 건수 중 한식 비중은 2019년 10%에서 지난해 15%로 뛰었다. 디저트류는 같은 기간 8%에서 11%로 오르며 분식을 크게 앞질렀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한식 배달 상품은 주로 공깃밥과 함께 국, 찌개, 탕, 반찬류 등이 메인이다.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늘어나 한식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카페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카페 상품 수요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편의점 배송의 약진이다. 2019년 대비 지난해 212% 급증했는데, 그 중에서도 야간 배송(밤 10시~오전 4시)이 434%나 늘었다. 전체 주문 중 야간 주문 비중은 12%를 기록했다. 심야시간대 먹을 것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 배달 주문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주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이 직접 고용한 배달기사도 있지만, 배달대행 서비스가 주문 중개 앱 배달을 처리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배송 추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주문 중개 앱뿐 아니라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릉을 비롯해 '바로고' '생각대로' 등 업체들은 편의점들과 배달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배달에 뛰어든 스타벅스 역시 바로고와 손잡고 배달을 하고 있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부릉 트럭을 활용하고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등 넓은 권역에서 상품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배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급변한 유통과 물류 시장을 디지털 기술로 혁신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