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되니까 호칭이 '아줌마'에서 '선생님'으로 바뀌더군요. 처음으로 사람 대접 받는 것 같아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경희대 청소노동자 정진숙(62)씨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희대는 2017년 7월 100% 출자한 자회사(케이에코텍)를 통해 청소노동자 135명을 직접 고용했다. 2019년 9월엔 청소·보안·시설관리 직종 노동자 200여명을 자회사가 아닌 학교 소속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사립대 상황을 감안하면 경희대의 시도는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정규직 청소노동자가 된 김영주(54)씨는 "예전에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냥 잘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런 걱정은 없지 않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 정규직이 된 건 정말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도가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는 대학을 대상으로 전문 노무사 등을 배치하는 컨설팅 지원사업을 시행한 결과 용인 루터대가 청소노동자 6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루터대는 용역업체에 지급했던 관리비와 부가가치세를 청소노동자에게 80%, 학교에 20% 배분하는 방법으로 비용증가 없이 직접고용을 이뤄냈다.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가 학교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지면서 직무몰입도가 높아지고 학교와의 신뢰관계도 끈끈해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다수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간접고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용불안과 불합리한 대우,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9년 경기도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도내 대학 76곳을 전수 조사해 발표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3,078명) 가운데 청소·경비·시설관리 직종이 72.9%(2,243명)에 달했다.
공동주택(아파트)이나 도심 속 건물(상가)의 청소노동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천시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187명 중 87.6%가 용역회사 소속이었다.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126만8,000원으로 대부분 지난해 최저임금 시급(8,590원)보다도 낮았다. 휴게실 10곳 중 8곳은 지하에 자리잡고 있어,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실은 설치 의무만 있을 뿐 설치 기준은 없어 세부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전문가들은 청소노동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 행정과 국회의 입법 활동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용역업체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휴게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고, 11개월 계약으로 퇴직금(1년 기준)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서울 여의도에서 2017년 가장 먼저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든 김영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수출입은행분회장은 "노조를 결성한 가장 큰 이유는 미화소장(용역업체 관리자)의 갑질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남우근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용노동부가 '지킬 건 제대로 지키라'고 업체에 확실히 사인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