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에선 후보 단일화 방정식을 풀기 위한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출사표를 던졌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출마가 예상된다. 4명의 '얽히고 설킨 인연'이 회자되고 있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인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오 전 시장은 재선을 노렸다.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나 전 의원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냈지만, 오 전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을 끝내 넘지 못했다.
오 전 시장은 본선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걸로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서울시장 악연'은 끝나는 걸로 보였다. 2011년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전면확대 여부를 주민투표에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다가 사퇴하면서 질긴 인연이 계속 됐다. 나 전 의원이 오 전 시장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후보로 다시 나선 것이다. 나 전 의원은 그러나 '포스트 오세훈'이 되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이룬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당시 인연은 이번 선거에 다시 소환됐다.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10년 전 박원순 전 시장이 등장할 때 조연으로 함께 섰던 분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결자해지가 아니라 과거회귀”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 안 대표를 싸잡아 겨냥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에 “2011년 서울시장 보선은 오 전 시장이 자진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된 선거”라며 오 전 시장에게 화살을 돌려 미묘한 긴장감이 만들어졌다. 오 전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인연도 깊다. 금 전 의원은 한때 '안철수의 남자'로 불렸다. 2012년 대선에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한 안 대표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은 것도,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안 대표의 후보단일화 협상을 맡은 것도 금 전 의원이었다.
대선 이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합당했다. 금 전 의원은 계속 안 대표 곁에 남아 당 대변인을 지냈지만, 2014년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공천에서 안 대표가 챙겨주지 않아 탈락했다. 이후 두 사람은 결별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도 안 대표를 줄줄이 떠났다.
얄궂게도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 단일화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찬성이다. 다만 앙금은 여전하다. 금 전 의원은 지난 8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쉽다”고 혹평했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금 전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