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을 '핫 플레이스'로"…대전의 꿈★은 이루어질까

입력
2021.01.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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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비영업일 해법 찾는 지자체들

편집자주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지어진 월드컵경기장 10곳 가운데 9곳이 올해로 개장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가운데 다수가 사후활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지어져 세금을 축내고, 이젠 프로축구도 못 여는 신세가 됐습니다. 노후화로 이전보다 더 많은 지출이 우려되는 월드컵경기장의 현주소와 대안 등을 3주간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승리의 환희를 간직하고 있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월드컵 개최 20주년이 되는 내년 체질 개선에 나선다. 대전시가 2022년부터 구장 및 주변시설 운영권을 지역 프로축구단(대전하나시티즌) 운영주체인 하나금융축구단(재단법인)에 넘기기로 하면서다. 연간 수십억 원 이상이 투입되던 축구단을 지난해 하나금융축구단에 넘기면서 재정 손실을 줄인 대전시는 구단에 경기장 및 주변시설 운영권을 함께 넘겨 비효율적이던 월드컵경기장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운영권을 이어받은 구단은 연간 20일 안팎인 영업일 외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기는 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340여일에 달하는 ‘비(非)영업일’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기가 없는 날에도 경기장 주변에 사람이 몰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구단이 내놓은 방향이다. 대전시에 부족한 종목의 스포츠시설을 월드컵경기장 부지에 확충하고, 단계적으로 문화시설까지 갖춘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축구장은 '대전의 핫 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까

구단은 지난해부터 경기장과 주변을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키워 K리그 경기가 없을 때도 대전 시민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구단 관계자는 최근 본보와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경기장에 수천 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건 K리그 경기 또는 공연 행사가 열리는 날 뿐”이라며 “1년에 고작 20일 안팎의 영업일을 ‘매일’로 늘리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엔 ‘DGB 대구은행파크(대구)’처럼 경기장 네이밍라이츠도 시도해 월드컵경기장을 둔 다른 지자체에도 좋은 본보기를 남기겠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2022년부터 향후 25년간 경기장 운영을 맡아 스포츠마케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2010년 개정된 스포츠산업진흥법 17조 2항에 따르면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프로스포츠 육성을 위해 공유재산을 25년 이내에서 사용ㆍ수익을 허가하거나 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 경기장은 물론 경기장 부지 내 주차장, 편의점 등 17만2,378㎡규모 부지의 운영권을 얻는 구단은 향후 이곳에 대전시에 부족한 스포츠클라이밍 시설은 물론 골프연습장, 3대3 농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 및 문화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여건은 좋다. 구단은 경기장 소재지인 유성구 인구가 크게 늘어난 점을 주목한다. 유성구청에 따르면 실제 이 지역 인구(주민등록 기준)는 월드컵이 열린 2002년(18만8,478명)에 비해 2020년(35만1,047명)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인근 세종특별자치시와 근접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구단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스포츠 행사는 물론 각종 사회복지 행사 등 지역에 필요한 공간 대여 기능을 이어가되, 단계적으로 구단과 시민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조례 개정이 선결과제…인천에선 특혜시비도

다만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등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구단 입장이다. 현행 조례(지방자치단체 법규)상 경기장 부지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용도 및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 제한이 까다롭다. 구단 측은 “현재 경기장 부지 건폐율(20%)이 꽉 차 있어 스포츠시설 확충을 위한 최소한의 건축도 못 하게 돼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 없이는 적극적인 추진이 어려워 지자체 등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월드컵경기장 민간 위탁 카드를 먼저 꺼내든 건 인천시였다. 인천시는 문학경기장 주경기장 활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명분 삼아 서구 연희동에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결국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지자 문학야구장 운영을 원한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에 월드컵경기장(주경기장)까지 묶어 운영권을 내줘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인천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민간이 경기장 운영을 맡을 경우 (지자체가 맡을 때보다) 더 적극적인 수익활동을 벌이게 된다”며 “(영업일이 상대적으로 많은)야구장을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월드컵경기장(주경기장) 적자를 채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민간 위탁 후 인천문학경기장 부지에선 야구장과 주차장 수익을 통해 재작년까지 매년 흑자를 냈다. 계약 연장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인천문학경기장 일대 운영권을 가진 SK 와이번스는 2016년 야구장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전광판’을 설치해 팬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농구코트 3개를 합친 규모와 비슷한 1,138㎡짜리 전광판을 활용한 콘텐츠를 다양화했고 네이밍라이츠, 관람석 다양화, 자체 식음사업 등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반면 인천시설공단이 운영하는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대회 이듬해인 2015년부터 5년간 무려 100억5,9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문학경기장 민간 위탁을 통해 일단 인천시와 SK 와이번스가 모두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내고 있지만 월드컵경기장은 여전히 애물단지다. 또 위탁 운영이 시작된 2014년 초 구단과 공무원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진 데다 재계약이 이뤄진 2018년 이후엔 지자체에 불리한 수익배분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잡음이 이어져 위탁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및 합리적인 수익 배분도 과제로 떠오른다.



콘서트로 비영업일 난제 해소한 웸블리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축구장의 비영업일 활용은 큰 과제다. 일주일에 최대 6차례의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과 달리, 많아야 일주일에 한 두 차례 활용되는 축구장은 설계 단계부터 쇼핑, 콘서트, 축제, 연수, 교육시설 등을 함께 갖추고 대형 스포츠이벤트 추가 개최 등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갖춰야만 한다. 축구산업이 발달해 있는 유럽의 경우 축구장을 대부분 구단이 소유해 경기장 투어와 박물관, 식당, 구단 상품 판매점 등을 상시 운영해 수익을 내지만 홈 팀이 없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1923년 만들어진 경기장을 2007년 개축해 준공하면서 다양한 상업시설 및 대형 콘서트 인프라를 갖춘 ‘영국 축구의 심장’ 웸블리 스타디움 사례는 프로 팀이 월드컵경기장을 떠난 광주와 대구 부산 인천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국축구협회(FA)가 소유하고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도 국가대표 경기, FA컵, 리그컵 결승전 등이 펼쳐지지만 연고 프로팀이 없어 연간 축구경기 개최일은 손에 꼽힌다. 하지만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이곳엔 평일에도 쇼핑몰 이용과 경기장 투어 등을 위해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린다.

경기장 투어 땐 전설적인 공연도 잇따른다. 옛 구장 때부터 퀸, 비틀즈, 마돈나, 롤링 스톤스, 엘튼 존,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등이 공연을 펼친 ‘콘서트의 성지’로서의 역사도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재작년 6월엔 방탄소년단(BTS)도 이 곳에서 공연을 펼쳤다. 당시 BT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 볼 스타디움’, 시카고 ‘솔저 필드’, 뉴저지 ‘매트라이프 스타디움’,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 등 축구 미식축구 경기장을 돌며 공연했다. 쓸모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월드컵경기장을 콘서트에 특화된 장소로 바꾸는 정책도 검토해볼 만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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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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