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향해 남북관계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선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이 고수해온 대남ㆍ대미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 한국과 미국의 행보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사흘간(5∼7일) 진행된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더 정확하고 강력하며 더 먼 곳까지 날아가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느니,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느니 하던 집권자가 직접 한 발언들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북한에 대한 군사도발 억제력을 갖추기 위해 미사일 탄두제한을 철폐하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이끌어낸 것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제시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제안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현재 남조선 당국은 방역 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북 관계가 회복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을 향해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며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 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