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조회수만 의식한 자극적 내용과 허위주장이 판치고 있고, 방송을 통해 범죄행위까지도 서슴치 않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지적장애인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BJ A(26)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이달 초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여성 B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다. A씨가 여성에게 옷을 벗은 채 방송하도록 하자, 채팅창엔 성희롱성 댓글이 넘쳤다. 논란이 일자 A씨는 B씨와 연인 사이고, 강제로 방송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와 영상제작자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처럼 '일단 지르고 보자'는 방송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심각하다. 한 유튜버는 지난달 7일 대구 동구의 무한리필 간장게장집을 방문해 영상을 촬영한 후 증거도 없이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유튜버는 사과했지만, 이 업소는 방송 여파로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9일 새벽엔 BJ 2명이 경북 청송군 북부교정시설에 “출소자를 태우러 왔다”는 거짓말을 하고 교도소 내부로 침입한 뒤 30여분간 교정시설 외곽을 돌아다니면서 방송했다. 이들은 교도소에 있지도 않은 사형장을 암시하며 방송하는가 하면, "후원해주면 다음 주에는 다른 교도소도 들어가 보겠다”는 말까지 했다.
지난해 1월엔 유튜버가 동대구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도망가는 장면을 설정해 몰래 카메라를 찍다가 지탄을 받았다. 그는 '마스크 쓰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그랬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개인적 일탈 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에선 구독자 수가 한때 25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BJ A(27)씨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5월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 개인방송의 내용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는 이면엔 방송 조회수와 수익이 비례하기 때문에 자극적 영상에 대한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독자가 많은 일부 BJ는 연간 수입이 수억 원에 달한다. 물론 육아·게임·경제 등 건전한 1인 방송도 많지만,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나 사람들 주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 내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에 비해 관련 규제는 거의 없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활동도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진 전 의원은 2017년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선정적, 폭력적 영상을 게시하거나 불법 영상을 유통하면 방송을 정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2년 넘도록 국회에서 계류하다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최근 같은 당 양경숙 의원도 인터넷 개인방송 불법영상 유통방지를 위해 송신 영상을 일정 기간 의무 저장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일탈 행동을 규제할 수 있는 규범이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법안 마련과 별개로 공감대 형성과 지침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 책임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BJ들의 일탈행위 뒤에는 자극적인 것을 소비하려는 시청자들의 책임도 있다"며 "도를 넘는 방송은 자정운동을 통해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