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퇴색한 서울시의 폭설 늑장 대처 사과

입력
2021.01.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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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6일 오후 내린 눈을 제때 치우지 못해 교통 대란이 빚어진 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전히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면서 반쪽짜리 사과에 그쳤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8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제설대책 관련 입장발표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의 특성을 고려해 예보보다 먼저, 예보 이상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며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 발생 직후 “기상청 예보와 다르게 눈이 쏟아져 제설작업 진행속도가 늦어졌다”고 변명해 ‘엉터리 제설’ 논란을 키운 서울시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자기반성을 하지 않았다. 기상청은 당일 오전 4시 20분쯤 ‘오후 3~6시 서해안을 시작으로 밤까지 눈이 내리겠다’고 미리 비교적 정확하게 예보한 바 있다.

이 자리에 배석한 한제현 안전총괄실장은 늑장 제설에 대해 “짧은 시간에 기습적으로 눈이 내린데다, 퇴근 시간과 겹치면서 제설 차량이 갇히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그 원인을 자연현상과 러시아워에 돌렸다. 당일 기상청이 눈 내리기 5시간 전, 전화로 주무부서인 도로관리과에 제설 대비를 당부한 것을 간과함 점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예보됐던 눈을 ‘기습적으로 내린 눈’으로 표현한 것도 책임 회피에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 권한대행은 “질책을 가슴 깊이 새기고 긴장의 고삐를 죄겠다. 서울시 재난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부터 재정비하겠다”고 했지만, 반쪽짜리 사과에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시는 이날 향후 눈이 내린 뒤 치우는 ‘사후적 제설’에서 눈이 오기 전 대응하는 ‘사전 대책’으로 전환하고, 폭설에 한파가 동반되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제설대책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내버스 야간 감축운행도 한시적으로 해제해 퇴근길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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