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확진 줄었다고 방역 완화? 아직 고삐 풀 때 아니다"

입력
2021.0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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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거리두기 완화 움직임에 '경고'


"지난해 10월 소비쿠폰 풀었다가 고생한 걸 되풀이해선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감소세에다 헬스장 등 자영업자들 반발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제히 '정부가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과 변이 바이러스 위험이 여전한데다,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아직은 바짝 죈 고삐를 풀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674명에 그쳤다. 사흘째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 이하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최근 한 주(1월2~8일)간 일평균 환자 수는 765명(지역사회 감염 기준)에 머물렀다. 주간 일평균 환자 수가 976.4명에 달했던 직전 주에 비하면 211.4명 감소한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 조치가 지난달 8일부터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 곤란 문제가 제기되자, 17일 단계 조정 때 방역수칙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각 부처를 통해 업종별 요구사항 등을 취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쉽게 풀어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선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지난해 1,2차 대유행 당시 확진자 규모가 8,000여명 수준이었다면, 지금 3차 대유행의 확진자 규모는 3만8,600여명에 이른다. 4배가 넘는다. 거기다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확진판정 받는 이들은 4일 114명, 5일 113명, 6일 111명, 7일 120명, 8일 178명 등이다. 지역사회 무증상, 경증 환자들이 여전히 매일 100명 이상 쏟아진다는 얘기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치 자체는 줄어들고 있다지만, 어느 누가 감염된다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은 여전하다.

여기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 국내에서 확인된 사례는 모두 16건(영국발 15건·남아공발 1건)이다. 지난달 19일 영국에서 입국해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A씨를 마중나갔던 가족 1명이 추가 감염됐다. 아직은 수가 적지만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이 최대 70%나 강한 만큼, 지역사회로 퍼지는 순간 확진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의료인력의 피로도도 누적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줄지만 확진 뒤 위중증으로 발전하는 데 7~10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위중증 환자 증가세는 이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기준 위중증 환자는 404명, 사망자는 35명에 달했다. 정부가 뒤늦게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등에 투입된 간호인력에 수당을 올려주겠다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설 연휴 또한 멀지 않았다. 지금은 방역수칙 완화보다 환자 수를 확실히 줄이는 방안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수만 가지고 완화했다가 이 혹한이 누그러지고 사람들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17일 이후에 시행될 새 방역지침이 너무 유화적일 경우 사실상 지난해 소비쿠폰을 풀었던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예 새 판을 짜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미 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는 누더기가 됐다고 봐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