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도 "트럼프가 폭력 사태 책임"... 사임 촉구 한 목소리

입력
2021.01.08 17:00
WSJ·WP·NYT "당장 물러나야"

미국 유력 일간지들도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임 압박 행렬에 가세했다. 논조를 가리지 않고 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을 트럼프가 지라고 요구했다.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임기조차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또 다른 탄핵 투쟁을 피하기 위해 그(트럼프)가 사임하는 게 최선의 결과”라는 의견을 밝혔다. 전날 발생한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 트럼프가 행정부 지도자로서 군중들이 의회로 행진하도록 선동했다고 꼬집었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의회를 겨냥해 조 바이든 당선 확정 거부를 요구한 것은 단순히 패배 불복을 넘어 선거 후 권력이양을 규정한 헌법에 대한 공격이라고 봤다. WSJ는 “헌법이 정한 선을 넘은 것은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탄핵과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은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를 정치적 희생자로 만들거나 그의 지지자들을 더 격분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트럼프가 책임을 지고 사임한 후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넘기는 것이 가장 ‘깨끗한 해결책’이라고 신문은 주장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이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할 경우 대통령 직무 권한을 박탈하고 부통령이 대행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는 의회 공격을 야기했다. 그는 해임돼야 한다’는 직설적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과 끈질긴 지지자 선동이 결국 의사당 난입 사태를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폭력 시위로 변질된 후 대통령의 대응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기 보다 ‘지속하라’라는 트윗을 날리고, 그들에게 ‘특별하다’는 식의 메시지를 계속 던졌다. WP는 “소요 사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그의 재임은 미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앞으로 13일간 유임할 자격이 없다”고 힐난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날 ‘2주가 남지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가 또 다시 대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도 거론했다. NYT는 “트럼프의 행동은 반란이나 선동에 대항하는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 연방검찰은 이번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 트럼프의 선동 혐의도 함께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