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트럼프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행정부와 백악관 인사들의 도미노 사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충격파가 워낙 큰 탓에 2주도 남지 않은 임기도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반발과 항의의 표시다. 측근들마저 대거 등을 돌리면서 ‘트럼프 제국’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7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은 이날 각료 중 첫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공화당 의회 권력 1인자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부터 수 없는 장관 교체에도 4년간 자리를 지킨 측근이어서 이너서클이 느끼는 배신감의 강도를 짐작할 만하다. 차오 장관은 전날 국회 점령 사태에 대해 “대단히 충격적이고 전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그저 제쳐둘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매우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시 디보스 교육장관도 사직서를 제출해 장관 이탈자는 두 명으로 늘었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트럼프 최측근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 역시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사임 결정을 공개했다. 그는 의회 습격을 “국제적으로 우스꽝스러운 비극”이라고 표현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의회가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을 차기 대통령으로 최종 인증한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이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을 약속한 점도 비판했다. 만일 대선 직후 대통령이 깨끗이 승복했더라면 공화당이 조지아주(州) 상원 결선투표에서 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의회 폭력 사태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이미 난입 사태 직후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스테퍼드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 라이언 털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ㆍ러시아 담당 선임국장 등이 줄줄이 직을 내던졌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리델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사퇴를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교체를 코 앞에 두고 주요 행정부 인사들의 탈출 행렬은 이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고위 당국자를 인용,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언급해 행정부 인사들의 추가 사임을 되돌리려는 트럼프의 노력도 이들의 이탈을 멈추진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