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세포'라고 직격한 정세균, "관료에 포획됐다"고 받아친 이재명

입력
2021.01.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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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님의 말씀에 부쳐.'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향한 글을 올렸다. '4차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줘야 한다. 수단은 지역화폐가 좋겠다'는 이 지사 건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정 총리의 글 곳곳에는 날이 서 있었다. 정 총리가 '청자'를 구체적으로 정해 글을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대선주자 간 기싸움 성격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 총리는 이날 이 지사를 향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정 총리는 지역화폐에 대해서도 "정부가 투입한 재정이 효과를 내려면 '조기에', '지원이 절실한 분야에' 소비돼야 한다"며 "이런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 지사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끌어왔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퇴임 후 남기신 '진보의 미래'를 다시 꺼내 읽는다"며 "서슴없이 '관료에 포획됐다'고 하신 부분에서 시선이 멈춘다. 균형재정 신화에 갇혀 있는 정부 관료들에 대한 이보다 더 생생한 술회가 있을까"라고 노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앞서 이 지사는 4일 '필요하다면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정 총리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자식들은 굶주림으로 쓰러져 가는데 부모가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정 총리 언급 중 특히 '단세포'라는 표현을 두고 "수위가 세다"는 반응이 나왔다. '단세포'라는 표현은 해당 글의 초안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지사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할 필요가 있다"는 정 총리의 의중 때문에 추가됐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던 정 총리와 이 지사간 쌓여 있던 감정이 수면위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