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79)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으로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근의 정치 상황이 노무현 대통령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그에게 뭔가 할 말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2015년 정계 은퇴 선언 후 장준하ㆍ여운형 기념사업, 동아시아평화회의 등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5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두 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다소 난처할 법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통찰력 있는 진단과 분석을 쏟아 냈다.
_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올해 우리 나이로 80이 됐으니 다른 활동은 줄이고 언론운동단체인 자유언론실천재단에 전념하려 한다. 해직된 지 46년 만에 언론인으로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조선ㆍ동아 100주년을 맞아 두 유력 언론사의 빛과 그림자를 평가하는 일들을 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인 다큐멘터리 영화 ‘스스로 권력이 된 그들,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많은 적폐가 바로잡히고 있지만, 우리 언론 지형은 여전히 비정상적이지 않나. 이를 바로잡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
_젊은 세대는 이 이사장을 영화 ‘1987’에서 경찰의 사건 축소 증거를 폭로하는 수감 중이던 해직 기자(김의성 분)로 기억한다. 당시 얘기 좀 들려 달라.
“영화 거의 그대로다. 나는 유신체제가 무너졌는데도 여전히 복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언론 운동만 하면 언제 기자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판단해 민주화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6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사무처장을 하면서 개헌 투쟁을 하다 수배를 당했는데 결국 체포가 돼 남영동에서 조사받고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서울대생 박종철군을 고문 치사한 남영동 대공수사단 수사관 2명이 내가 있던 감방 옆에 들어왔다. 남을 잡아넣던 수사관은 수감 생활을 못 견딘다. 울고불고 찬송가 부르는 행태가 정도를 넘어 안유 당시 보안계장, 한재동 교도관에게 물었다. 기자 때 하던 대로 고문 수사관이 3명 더 있다는 것, 대학생을 물고문으로 살해하고 이를 은폐 조작했다는 사실을 취재했다. 또 박처원 대공수사단장 등이 이들 수감 수사관을 만나 1억원짜리 통장을 보여 주며 회유 협박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감옥 안에서 기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부터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동지가 된 교도관들이 우연히 영등포 교도소에서 근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내가 작성한 문건을 대학 동기이자 민주화 운동 동지인 김정남에게 전달한 전병용 전 교도관은 도피 시절 나를 숨겨 준 이유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였음에도 그 일을 맡았다. 전병용 씨는 문건을 전달한 바로 다음 날 체포됐다.”
_이낙연 대표가 꺼낸 ‘전직 대통령 사면’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정부 여당의 고민이 클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안 가게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집권 기간 수감된 전직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고 임기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민감한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대통령을 돕고, 취약한 당내 친문 세력의 지지도를 높이려하지 않았나 싶다.”
_친문 세력이 앞장서 사면에 반대하고, 이 대표를 공격하고 있다.
“근시안적으로 반응하는 거다. 이낙연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손해될 것도 없다. 지금 사면론이 표면 위에 떠오른 것을 보며,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 문제에 대해 사과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복잡한 심경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올 4월 보궐선거에서 서울 부산 시장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데, 그 이전에 두 대통령이 사면될 경우 김 위원장을 둘러싼 야당 내 역학관계가 복잡해진다. 이 대표가 이런 생각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친문을 포함한 여당 주류 세력은 문 대통령 지지율 덕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여당 스스로의 힘으로 떠나간 중도층 민심을 되돌려야 한다.”
_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와해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2017년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초기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등 대외적 업적으로 지지율을 높였고, 2020년 초반에는 코로나19 초기 대응 성공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외부적 요인에 대한 대응이 지지율을 높인 것이다. 반면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내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지난해 총선의 대승 이후 정부ㆍ여당은 실책을 연발했다. ‘협치’와 ‘민주적 개혁’이란 정치 개혁의 과제가 청와대 비서실 비대화로 상징되는 제왕적 대통령, 거대 여당의 독주 등으로 빛이 바랬다. 공수처법 통과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출범 당시 초심을 저버리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_노무현과 문재인을 비교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꼭 필요한 일이라 판단하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앞장서 추진했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던 임기 말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해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 원칙을 세운 것이 좋은 예이다. 추진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정권이 교체되면 휴짓조각이 될 합의라며 냉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조적이다. 오랫동안 참모로 일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어떤 사안도 자신이 앞장서 국면을 돌파하는 경우가 드물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랄까, 호랑이처럼 샅샅이 살피되 소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자세이다.”
_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신중하다면,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폭주하고 있는 듯하다.
“2004년 열린우리당의 폭주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역풍으로 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직후 정동영 의장이 입각하면서 내가 우리당 의장을 맡았다. 우리당은 개원 직후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과거사 진상 규명법을 4대 악법이라고 지목하고 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여당 내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이 나였지만,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끈질긴 협상을 통해 국내 정치 탄압에 악용돼 온 국가보안법 7조(찬양, 고무 등)를 폐기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여당 내 주류 강경파들이 전면 폐지를 고집하는 바람에 법 개정이 무산됐다.
만일 당시 여야 합의로 국가보안법 7조를 폐기했다면, 박근혜 대표가 보수 세력의 지지를 잃고 반면 여당의 지지층은 훨씬 확대됐을 것이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 2004년의 유전자가 그대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검찰 개혁을 윤석열 총장 쳐내기로 전락시킨 폭주다. 이미 법적 근거를 갖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을 박탈하면서, 출범도 하기 전에 정치적 중립성에 상처를 낸 것도 그렇다. 이런 모습들이 모두 정부 여당 지지율 하락을 부르고 있다.”
_여당에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주어질까.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거듭 파기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협상에서 소수정당에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기회를 줘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특히 거대 정당인 당시 자유한국당처럼 위성 정당까지 만들며, 눈앞의 욕심 채우기에 급급했다. 총선 결과는 의석을 보면 여당 압승이지만, 득표율로 보면 자유한국당과 근소한 차이였다. 그런데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당헌ㆍ당규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또 어겼다.
지금이라도 약속대로 서울ㆍ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떠나간 중도층이 민주당이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혹시 그런 반성이 공감을 얻는다면 자발적인 시민후보 추대 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 정당은 유권자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는 철저한 반성을 보여 줘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는 약속도 있지만, 절대로 바꿔서는 안 되는 약속도 있다.”
_국민의힘은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내년 대선후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지지율 상승이 정부 여당 실책의 반사이익이라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과거 집권 당시 국정농단과 부정부패의 기억과 단절을 실현할 지도자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개혁 보수 젊은 보수를 내세웠던 젊은 정치인들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기득권 속에서 웰빙 이미지만 쌓아온 주류 극우 보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 영입 이후 변화가 나타나는 점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1대 국회 구성 당시 여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도록 유도했고 또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지연하면서, 여당의 폭주 본능을 자극해 ‘입법 독재’ 프레임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방역으로 쌓아 올린 현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도를 무너뜨렸다. 김 위원장의 정치적 책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당을 향해 고소ㆍ고발을 남발하며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검찰과 법원으로 넘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정치를 포기하는 행위다.”
_민주화 세력의 원로로서 최근 비난받는 86운동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986~88년 수많은 86세대 학생ㆍ노동운동가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그래서 비교적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편이다. 그때는 민주화의 영향으로 전부 감옥 문을 열어 놓고 살아, 밥도 같이 먹고 운동도 같이했다. 6ㆍ29선언 이후에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김천교도소에 있었다. 김대중ㆍ김영삼의 분열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고문당하고 감옥살이한 보람도 없이 대통령 선거에 패배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분노한 젊은이들은 맨주먹으로 시멘트 벽을 쳐 주먹들이 피범벅이 되곤 했다. 그런데 보수 야당의 분열에 분노하고 비판하는 젊은이들도 NL(민족해방), PD(민중민주) 같은 이념으로 나뉘어 식사도 운동도 함께하지 않을 정도로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그들에게 ‘김대중ㆍ김영삼 분열이나 자네들 분열이 뭐가 크게 다른가. 앞으로 이 나라와 사회를 이끌어가게 될 자네들의 이 모습이 큰 화근이 될까 걱정이다’라고 얘기해 줬다.
이제 당시의 이념적 차별은 사라졌겠지만, 폐쇄적 네트워크는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그것이 ‘개혁’ ‘민주’로 포장돼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 가치마저 자신들의 집단적 이해관계 속에 쉽게 타협 대상이 된 듯하다. 그들의 이념은 더 이상 이념도 진보도 아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래디컬 리버럴리즘’ 즉 과격한 자유주의다. 정치평론가 홍세화 씨가 최근 이런 모습을 보고 ‘민주 건달’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_현 정부 핵심공약이던 검찰개혁이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하며 동력을 상실한 듯 보인다. 향후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공수처법 제정으로 그동안 무소불위였던 검찰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사실상 검찰개혁의 큰 틀이 마련된 것이다. 보수 야당의 방해가 있더라도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지키며 국회 논의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여당은 검찰총장과 정면승부로 끌고 갔다. 민주화 이후 안기부와 보안사의 정치 개입이 사라지자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이 최고 권력기관이 됐다. 검찰은 정권 초기에는 이전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고, 말기에는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를 소탕하는 정의의 사도’로 변신한다. 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검사들은 무슨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되지 않는다.
그런 막강한 검찰이 정부 여당의 폭주와 추미애 법무장관의 헛발질을 기회 삼아 버티다 끝내 대통령의 사과까지 받아 냈다. 하지만 그것이 검찰 권력의 정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제는 내려올 길만 남았다. 오랫동안 정치검찰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지켜본 많은 국민이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는 정부 안의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남은 임무는 검찰이 스스로 안전하게 하산하도록 돕는 것이다.”
_윤석열 총장 얘기가 나온 김에 내년 대선 전망도 궁금하다. 윤 총장이 1등인 여론조사도 등장합니다. 대선까지 완주할까.
“윤 총장의 지지도는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정부 여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그의 이름 아래 모인 것이다. 검찰이나 법조계 출신들이 쉽게 정치권에 안착하는 사례를 거의 보지 못했다. 관료나 법조인 경력은 정치에 입문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물론 윤 총장이 굉장히 정의감이 있고 자질을 갖춘 사람인 건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고 느꼈던 정치권에 대한 선입견은 막상 정치권에 직접 들어서면 매우 달라질 것이다. 한국의 정치는 그리 만만치 않다.”
_여당 대선주자에 대한 인물평도 부탁한다.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안의 소중한 자산이다. 노동인권 변호사로 지방자치에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그중에서 개혁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지지도가 있는 인물이다. 이낙연 대표는 언론인, 국회의원, 도지사 등을 거치며 품격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 같은 경우 호남뿐만 아니라 영남이나 중도보수층에서도 꽤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낙연, 이재명 두 분의 컬러. 성격이 조금 대조적인 측면이 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보완재이면서도 굉장히 귀중한 자산이다. 올해 경선을 통해 두 사람이 누가 되든 간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함께 내년 선거 과정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면 성과를 거둘 주인공이 될 거라 본다.
정세균 총리도 대선후보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정 총리는 국회의장도 지내고 당 대표도 지내 당내 기반도 튼튼하다고 보는데 이 대표와 성격이 상당히 많이 겹치는 게 아닌가. 정 총리가 나올 경우에 어떤 당내 판도를 만들 것인가 주목된다. 역시 자격을 갖춘 인물이다.”
_중대재해기업처벌법 후퇴 논란이 제기된다. 민주당을 보며, 보수화한 모습에 실망하는 지지자들도 많은 것 같다.
“친기업 성향의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당마저 기업의 처벌 수위를 놓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 안전, 인권을 보장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대선, 총선 공약에 다짐해온 집권당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인 쪽으로 시각이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씁쓸하다. 그 이유가 4월에 치러질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영업자 중소기업 사주들의 책임을 묻는 법안 통과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숨기지 않는 당 지도부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그 순간에도 재해 사망 노동자들의 부모들은 법안의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강추위 속 단식농성을 국회 앞 노상에서 벌이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된 현장 노동자들의 처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_재난지원금 규모나 선별지급을 두고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서울 동부구치소나 요양병원 등 밀집 집단거주 시설에서 대규모 감염이 진행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 자발적으로 감염 여부를 알아보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백신 접종이 늦어져 국민들의 실망감이 팽배해 있지만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힘을 합쳐서 백신 접종 전까지 방역에 노력해야 할 시기다. 연말 국회의 긴급재난 지원예산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임대료 지원금과 금융 대출, 그리고 임차인 세제지원에 쓰이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작은 업소에 취업했다 실업자가 된 이들은 어떤 보호를 받고 있나. 중소기업과 자영업 사주들은 그런대로 한숨을 돌리겠지만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겨울을 견뎌낼 힘이 없다. ‘기본소득‘ 등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들이 집권당에 표를 던지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4월 보궐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한다면 여당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_20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대북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반도 운명은 미ㆍ일 관계와 떼어낼 수 없다. 그런데 바이든ㆍ스가로 교체된 미ㆍ일 정부가 트럼프ㆍ아베 조합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 기대한다. 바이든은 신사적으로 보이지만, 미ㆍ일 관계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밀고 갈 것이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일본의 입김이 강해질까 우려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항복한 후, 미국과 일본이 스위스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예비접촉을 했는데, 그때 일본이 한반도 분할을 제의했다. 일본은 임진왜란 이후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줄곧 한반도 분할통치를 주장했다. 지금까지도 한반도는 일본의 프레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가 중대한 변환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외교ㆍ안보 라인이 짜이면 레임덕에 빠진 한국 정부를 향해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QUAD) 동맹에 가담하라고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말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민족이 주도해 결정하겠다는 결단을 보여준 것과 같은 각오가 문재인 정부에도 있는지 걱정이다.”
_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많이 했지만 이런 얘기가 받아들여질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서울ㆍ부산 시장선거나 내년 대선도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될 거다. 수구초심(首丘初心)과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얘기하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자기를 보고,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자기에게서 답을 구한다는 뜻이다. 2004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